생떽쥐 베리의 원작 '어린 왕자'를 프랑스 마크 오스본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영화이다.
가끔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극강의 피로도가 쌓일 때면 잠깐이나마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싶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거나 HAUSER의 첼로 연주를 듣는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휴일이었지만 주말까지 끝내야 하는 제안서를 쓰는데 머릿속이 뒤죽박죽 정리가 되지 않아 뻥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오늘의 영화감상은 노트북이 아니라 커튼을 치고 대형 TV화면으로 보니 느낌이 또 달랐다. 이사하면서 제일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영화는 어린 소녀에게
"커서 어떤 사람이 될래?"
라는 면접관의 질문부터 시작해서 나를 감정 이입으로 끌어들인다. 어쩌면 현실과 타협하면서 어릴 적 동심을 잃고 살아가는 나 같은 중년의 어른이들에게도 어릴 적 추억의 별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 되어 주는 이유일 것이다.
매번 어린 왕자 영화를 볼 때마다 마음에 다가오는 감정의 색깔과 맛이 다르다. 오늘의 감정의 맛은 계란 듬뿍 넣은 부드러운 카스텔라 한 조각 입에 머금은 듯 달달하고 폭신한 맛이 느껴지는 따뜻한 맛이었다. 색깔은 돌리면 돌릴수록 부풀어 오르는 솜사탕 같은 하늘의 구름 빛깔.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게 스스로 주문을 외운다.
'인생의 후반전, 늦었지만 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자국씩이라도 길을 찾아가고 있는 네가 대견해.
잊지 않길 바래.
너의 별을 다시 찾게 되는 날까지 기다릴게.
우주에 하나뿐인 너의 장미를 너무 늦지 않게 다시 만나기를 응원할게.
너에게는 한 송이의 장미가 아니라 네 송이의 장미가 우주 안에 기다리고 있어. 늦어도 괜찮아. 언젠가는 너에게 다시 찾아올 거야.
눈에 보이지 않아도 오직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이해하렴. 자꾸 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길 바래.' 라고 어린 왕자가 내게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아 잠깐이나마 마음이 평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