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렇게 사는 거야, 친구야

ㅡ추억 한 끼 고구마순 갈치조림

"맛있는 음식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

모 방송사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드라마 첫 회를 보았다.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아픈 아내의 소중한 한 끼를 만들기 위해 한 번도 요리라고는 해보지 않았던 남편은 좋은 식재료와 건강한 레시피를 만들어 가며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밥상을 차려준다. 드라마에서는 서투르지만 그렇게 마음을 다해 정성을 기울여가는 남편의 요리 과정을 한석규 배우의 목소리로 아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음식은 따로국밥처럼 지내오던 가족을 치유하며 마음의 디딤돌이 되어주기도 하고, 슴슴한 인생살이에 간간하고 쫄깃쫄깃한 매운맛으로 적당한 위로를 건네주기도 한다.


뜨거운데 속이 시원하다고,

얼큰하게 매운데도 속이 풀린다고 표현되는 우리 음식은 어쩌면 잊고 살던 정을 기억하게 하는 맛의 힘이 되어 준다.


며칠 전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친구는 갱년기인지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외딴섬에 떨어진 것처럼 사는 게 뭔지~ 주저리주저리 한참을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인생 뭐 별 거 있겠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되지, 뭐. 그렇지?"라며 체념인 듯 한숨 섞인 목소리로 질문과 답을 스스로 내리고는 그제야 나의 안부를 물어왔다.


"그래서 너는? 잘 살고 있는 거지? 오늘따라 네가 고구마순 넣고 만들어줬던 갈치조림이 먹고 싶어 진다. 무도 얄팍하게 나박나박 썰어서 얼큰하게 고춧가루 팍팍 넣고 달큼한 양파랑 대파도 듬뿍 넣어서 ~~"


"그래, 인생 별거 있니?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낯설어지고, 어느새 상처도 주고받으면서 그렇게 사는 거지. 다들 참 애쓰며 산다, 그렇지?"

그렇게 뜨거워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친구에게 마지막 건넨 한 마디는 "언제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만들어줄 테니 밥 먹으러 와! 마음이 허할수록 잘 챙겨 먹고 그럴수록 우리 건강 잘 챙기자"며 서로의 안부를 챙겨주면서 끝을 맺었다.


인생이 허기질 때, 삶의 여백을 채워줄 수 있는 추억 한 끼가 그리운 쉰이 훌쩍 넘은 친구의 한 마디가 마음에 남아 꽁꽁 숨어있는 갈치토막과 작년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삶은 고구마순이 어디 있을 텐데~하면서 이 밤에 나는 또 냉동실을 뒤지고 있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추억이 주는 따뜻한 온기의 한 끼를 준비하고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내일 올래?"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할머니의 마법 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