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피해 있던 사람들이 뒤늦게 마중 나온 가족들과 하나둘씩 떠나고 나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자리에 남아 비가 멈추기를 바라며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데 비는 그치지 않고 오히려 천둥 번개 소리만 더 무섭게 요란해졌다.
선택의 기로...
그냥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집까지 걸어왔다. 덩치 큰 아낙네가 검정 비닐 봉지를 흔들며 뛰지도 않고 느리게 느리게 빗 속을 걸어가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들이 느껴졌지만 씩씩하게 계단을 오르고, 신호등을 건너고 건너고 또 건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 오늘 하루만 보가 넘는 체력 방전을 하며 느껴졌던 배고픔이 나는 더 힘들었다. 봉다리를 흔들때마다 스멀스멀 퍼지는 매콤한 떡볶이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지만 발바닥이 아파 빨리 걷지 못했을 뿐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떡볶이에 대파도 송송 썰어 그릇에 담고 오랜만에 혼떡.
분식집 떡볶이로 한 끼를 때우며 어쩌면 내가 느꼈던 허기짐은 혼자 남아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던 잠깐 동안에 느껴진 외로움 때문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