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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Jun 30. 2023

창신동 막걸리를 빚다.

ㅡ푸드 큐레이터로서의 일상

단양주를 빚어 거르고 다시 한번 밑술 삼아 이양주인 청감주를 빚어 보름 만에 완성했다.

찹쌀을 하루 동안 불리고 고두밥을 찌고 식혀서 좋은 누룩과 1차로 빚어낸 단양주를 밑술 삼아 만들어낸 창신동의 지역 대표 막걸리가 탄생되었다.


매일 시간대별로 온도를 체크해 가면서 노심초사하며 기다림에 시간을 보태니 발효하는 동안 살아있음의 신호를 보준다. 발효통 안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숨을 몰아쉬듯 과일 향기를 품고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불러 답을 한다. 그렇게 2차까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청감주 시음 첫 잔을 받아 들고 잠시 멈춤! 호흡을 가다듬는다.  먼저 향을 음미한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장면 하나.

어릴 적 담벼락에 늘어져 있던 여름 복숭아를 서리해 몰래 삼켰던 새콤달콤 복숭아 향이 먼저 코 끝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정감주 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달큼한 과일향이 먼저 툭 치고 나니 혀 안 쪽 끝에서 누룩향이 살짝 느껴진다. 진한 풍미의 알코올 도수가 나의 목 젓을 치고 뒤로  넘어가는데 고급 탁주의 묵직함과 긴 여운의 탄산감이 느껴져 감탄사가 나왔다. 공장처럼 인위적인 단 맛이 아니라 직접 빚어내고 기다린 공든 시간만큼 천연 단 맛이 더해져 입안에 감칠맛으로 남다.


그동안 창신동 막걸리 만들기를 전수해 주신 장미란 교수님께서 수제 막걸리 중 최상에 가까운 맛이라는 평을 주셨다. 처음 빚는 술인데도 이렇게 빚어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좋은 술 하나가 탄생된 것 같다며 뿌듯하시다는 말씀에 지난 한 달간의  노심초사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청감주를 한 입 마시고 나니 어울릴 음식들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냉장고의 식재료들을 살피니 애호박, 양배추, 알배추, 오징어 젓갈이 있다.  옥수수 콘과 두부 한 모를 사와 양배추와 콘 옥수수를 넣어 전을 부쳤다. 두툼하게 썰어 두부를 굽고 애호박도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기름 없이 프라이팬에 구웠다. 알배추와 두부, 애호박으로 두부 삼합을 만들어 준비했다. 청, 홍 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참깨와 참기름으로 오징어 젓갈을 무쳐 쌈장 대신 두부 삼합과 식탁에 올렸다. 상큼한 오이를 방망이로 두드려 빚어낸 청감주와 유자청을 넣고 액젓으로 간을 맞춰 오이 탕탕이를 곁들였다. 단출하지만 탄산과 과일 향의 상큼함을 묻히게 하고 싶지 않아 기름진 음식은 빼고 가볍게 안주를 준비했다.


 이제 예쁘게 디자인해서 옷을 입히는 과정이 남았다.

창신동 막걸리와 여러 어울림 음식들을 선보일 한 달 후가 더욱 기대되는 창신동♡  

푸드 큐레이터로서의 삶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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