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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Aug 07. 2023

엄마에게도 행복했던 봄날이 있었을까?


자기 몸속에서 자라던 새끼들에게 몸을 다 파 먹히고 빈껍데기가 되어 생을 마감하는 다슬기처럼 자식을 위해서라면 온 밤을 지새워서라도 만들어내시던 엄마! 그것이 돈이든, 먹을 음식이든지..

궁핍함이 싫어 도시로 나왔다가 스무 살 꽃 같은 나이에 아버지를 만나 살림을 차려 시작한 신접살이.

남의 집 더부살이로 시작한 신혼생활 3년 만에 엄마의 악착같은 생활력으로 조그마한 점빵을 가지게 되었고 야채부터 시작해 과일을 팔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엄마의 20대 청춘은 자식 넷 낳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시간들 뿐이었다.

철들 무렵부터 무던히도 싸웠던 우리 모녀 사이! 

  나이 스물여섯이 되던 해, 첫 아이를 낳고 밤 잠 못 자고 설치는  나를 껴안고 엄마는 많이도 우셨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우리 딸 고생해서 어쩌누.."

그때 깨달았다. 첫 딸인 나를 낳았던 스무 살의 엄마는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생명을 잉태하고 열 달 뱃속에 품었다가 세상 밖에 내보냈을 때 드는 막연한 두려움과 외로웠을 스무 살 엄마..

 

술 한 잔 드시면 엄마의 노란 원피스를 입은 모습에 한눈에 반했었다며 지금도 그때 엄마를 기억하며시던 아버지..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예뻤던 사람이 저렇게 독하게 변했다며  그때가 그립다는  아빠의 술주정에  엄마는 세상에 노란색이라고 생긴 것들 모두 불태워버리고 싶다고 할 만큼 진저리가 나게 싫다고 하던 엄마셨다.

“내 눈이 삐었지..”하시며


그렇게 아빠의 넋두리를 한 방에 케이오패시켰던 엄마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드시는 식사 양도 많지 않고 장사도 이젠 그만 쉬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그리고는 항상 마무리에 나에게 서글픈 화살이 꽂힌다.

"자식 넷 중에 너는 걱정 없이 살 줄 알았는데ᆢ

어찌 됐든 네 몸부터 챙겨라. 살아 보니 사는 거 별거 없더라. 오장육부 신간 편한 게 제일이여~ 그러니 끼니 거르지 말고 , 넌 피곤하면 질색이니 쉬어가면서 어디든 다녀라. 난 자식 넷 중에 네가 제일 걱정이다"

그렇게 한참을 슬픈 목소리로 읊으시더니

"집이 너를 닮았다" 시며

"대충대충 살아도 된다. 살림살이 신경 쓰지 말고 피곤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게으름도 피우며 살아라"는 말씀을 하시며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다슬기처럼 엄마는 딸의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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