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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Aug 10. 2023

새콤달콤 쨍한 기분을 만들고 싶을 때

맛조개 회무침


맛조개는 어릴 때  내 기억에 맛이라고 불렸다. 아직도 남도에서는 맛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6,7월이 제철이라 요즘 다른 조갯살들에 비해 단 맛이 좋다.


먼저 해감한 맛조개를 끓는 물에 소주를 한 바퀴 돌리고 식초를 한 스푼 정도  넣은 뒤  데쳐 낸다. 데쳐진 맛조개의 부드러운  속살에 붙어있는 곁두리들을 걷어내야 해감이 안된 것처럼  입 안에서 지금거리지 (전라도 사투리) 않는다.


매콤한 청양고추와 사각사각 햇 양파채, 그리고 미나리 대신  알싸한 쪽파만 넣어서 초무침으로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먹었던 음식이라 그런지 이맘때가 되면 맛조개의 맛이 그리워다.


남도에서는 무 채를  넣기도 하지만 조갯살을 많이 먹고 싶어질 땐 야채를 최소화하기도 한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장점! 내 맘대로 원가 걱정 없이! 넣고 싶은 재료들 아낌없이!


시간이 기억을 훔쳐가지 않는 것처럼 과거에 먹었던 음식들은 두고두고 혀 끝에 남아 다시금 기억을 찾아 먹게 된다.


오랜만에 기억을 더듬어 보는 맛과 함께 새콤달콤한 맛조개 초무침을 넣고 비빔밥으로 점심 한 끼 해결.. 


가끔  머릿속이 신통치 않아 회전이 잘되지 않을 때 농수산물 시장으로 나들이를 간다. 남들은 아이쇼핑을 백화점으로 간다는데 난 가락동 도매시장을 간다. 시장조사라는 명목으로ᆢ

돌아올 땐 역시나 나의 손에 들린 검정 비닐봉지가 가득하다. 내가 먹고 싶은 재료들과 낯선 식재료들을 사 올 때면 다시 에너지가 솟는다. 그래 그래서 난 아마도 전생에 수라간 장금이었을 거라며 신세 한탄처럼 읊조리며ᆢ


한결 머리가 개운해졌다. 그리운 음식으로 배도 부르고 나니 열두 달 쿠킹클래스 커리큘럼 기획 여행을 다시 시작해 볼까?


올여름이 다 가기 전에 시원한 맛조개탕과 호박채, 청양고추 송송 썰어 조개전이라도 부쳐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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