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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Aug 04. 2023

추억을 소환하는 계란과자

어린 시절, 동네 이모들은 기차를 타고 지방을 갈 때면  나를 전시품 마냥 데리고 다니셨다. 이쁘다고ᆢ(어릴 때 시장동네에서 꽤나 이쁨을 받았었다. 그때에는 내가 진짜로 이쁘다고 생각했다..ㅎㅎ)

어린 내 손에 계란과자를 쥐어주며 "이모 따라 기차 탈래?"라고 꼬시면 고소한 과자 맛에 이끌려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아이보리 계란 색깔을 입히고, 고소한 계란 향을 입힌 계란과자 한 봉지는 다섯 살 꼬마 숙녀에게 최고의 고급진 간식이었다.  여느 또래 아이들보다 성가시게 하지 않고 이모들 옆 자리에서 서너 시간을 바삭한 계란과자 한 개씩  꺼내 사탕을 빨아먹듯이 입 안에서 녹여 먹는 내 모습을 이모들은 흐뭇하게  즐겼던 것 같다.


 과자 한 봉지를 오래 먹을 수 있을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한 나에게 이모들은 목메겠다며 나중에는 기차 안에 간이 이동 판매 카트 아저씨들에게서 환타도 가끔 사 주시곤 하셨다. 계란과자 단 맛에 목이 매일 때쯤 오렌지 환타에 톡 쏘는 청량한 맛은 마치 가뭄에 갑자기 쏟아지는 시원한 장대비처럼 나의 식도를 타고 온몸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군소리 없이 조신하게 앉아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란과자 한 봉지를 조금씩 나누어 먹는 내 모습을 보던 어른들이 "아휴, 귀여워라. 오물오물 잘도 먹네~"라는 추임새를 넣어 줄 때마다 이모들은 자신들의 조카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곤 하셨다.


철들 무렵 한참 후에 시장 이모들에게서 기차 여행의 진실을 듣게 되었다. 매일 눈 뜨면 늦은 저녁까지 장사를 하셨던 부모님의 부탁이었다는 것을..  호기심이 많았던 어린 나를  이모들 손에 맡겨서라도 세상 밖 구경을 해주고 싶으셨다는 걸.. 여행이라는 걸 해보지도 못했던 시절에 기차라도 태워주고 싶었던 부모님의 마음이 담긴 계란과자!


어린 시절의 계란과자 맛은 아니지만, 지금도 계란과자를 볼 때면 50년 전 기차 안에서 오래도록 입 안에서 녹여 먹었던 계란과자의 맛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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