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안부를 '밥은 먹었니?' 늘 '밥'으로 시작한다. 어쩌면 늘 내가 들어온 말이 각인이 되어 나 또한 누구에게든 맨 먼저 물어보는 인사가 "식사는 하셨어요?"'밥은 먹었고?"라고 안부를 묻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리고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잘 먹고 건강하면 좋겠다는 마음, 뭐라도 먹고 기운내기를 바라는 마음, 한 수저라도 더 챙기고 싶은 마음.
다른 이를 위해서도 마음을 나지만 내 자신을 위해서 만든 음식을 먹을 때 행복감이 올라온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을 담기 때문일까.
점심에 비빔밥으로 한 끼를 대신했다. 내 비빔밥 그릇엔 나물만, 아들에게는 얇은 대패 삼겹살 몇 점을 고소하게 구워 다른 나물들과 함께 담았다.
냉장고에서 뒹굴던 여러 가지 나물 반찬을 해치우기 위해서였지만 왠지 비빔밥을 먹을 때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가벼운 한 끼지만 갖가지 재료들 덕분에 가볍지만은 않은.. 그래서인지 이 시간쯤 하루 한 끼 챙겨 먹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김 성호 님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를 듣고 있었다.
옛날 노래를 찾아 들으며 뒤늦게 발견하는 가사의 아름다움에 취해 아들에게 한 마디.
"이 노래 엄마가 좋아하는 노랜데, 좋지?"
"음, 좋네. 엄마 스타일이네"
"내 스타일? 그럼 넌 어떤 스타일인데?"
"내가 아침마다 듣잖아, 샤워하면서."
"아~그거?"
"너는 그 가사가 다 들려? 난 하나도 모르겠던데"
"각자 취향이 있는 거니까"
내심 도통 모르겠는 가사를 주저리주저리 읽어내 듯 부르는 노랫말이 어색했는데, 아들은 그런 힙합이 좋단다.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다'라고 톨스토이가 말했다는..
자기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재밌는 것,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들이 무엇인지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기준이 세워져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잠시 생각해 봤다.
누구나 취향은 있기 마련이다. 같은 취향이건 조금 다른 취향이건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빠졌거나 자신만의 독특한 자유로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생긴다. 그래서 나이나 성별 등을 떠나 취향이 엇비슷한 사람이 좋다. 무채색처럼 단조로운 사람보다 어떤 색을 조합했을 때 나의 취향까지도 섞여 들며, 나의 색깔에 그 사람의 취향이 덧씌워지면서 내 취향의 색깔이 물들어갈 때 그런 사람에게 기대되고 끌린다. 한 시절을 보내면서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 취미,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질 때 어떻게 보내는지, 어떤 대화 방식을 선호하는가에 대한 취향이 같을 때 관심이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취향이 엇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면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나 참, 비빔밥 먹다가 오래된 취향 저격의 노래 한 곡에 취향에 대해 글까지 쓰게 되네..
아들의 취향인 힙합이 당장은 귀에 들어오지 않지만 무엇이라도 자신만의 즐길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것 한 가지라도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 하는 요즘 세대들처럼 나름 힙하게 보내고 있는 아들에게 '나도 힙할 수 있어'라고 소리치진 못했지만 말이다. 다만 너의 취향을 존중하듯 다른 이들의 취향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해주었다. "아들, 연애할 때는 말이야, 여자 친구와 취향이 다르더라도 서로 맞추어가는 노력은 해볼 필요가 있단다. 유연함이 필요할 수도 있단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