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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Aug 26. 2023

하얀 꽃잎을 머금은 별처럼 아름다운 오크라

ㅡ제 철 식재료 이야기

건강밥상 온제향가를 운영하고 계시는 장미란 선생님이 직접 재배하신 오크라를 챙겨 주셔서 감사히 받아왔다. 신선할 때 밑준비를 해놓고 싶어 아침부터 주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얼마 만에 먹어본 제철 오크라인지..

막내와 뉴욕에 있을 때 냉동이 아닌 신선한 오크라를 처음 먹어보고 반해서 한국에 와서도 철마다 눈에 보일 때면 챙겨 먹곤 했었는데, 한참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오크라를 동글게 동글게 자르면 단면이 하얀 꽃잎을 머금은 별 모양처럼 너무 예쁘다. 음식들 담음새를 위해 눈이 즐거워지는 예쁜 오크라를 자주 이용하기도 한다. 올리브유와 궁합이 좋아서 마늘과 함께 올리브유를 많이 넣고 볶음밥을 하기도 하고 바지락이나 해산물, 마늘 많이 넣어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솜털처럼 보송보송 나 있는 오크라의 겉면을 소금으로 살살 문질러서 표면의 보풀을 제거하고 여러 번 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씻어서 팔팔 끓인 물에 1,2분 정도 열탕 샤워를 끝마치고 나면 원래의 녹색보다 훨씬 선명해진다.

장아찌로 다 만들기에는 아쉬워 굵은 크기 몇 개만 잘라 열탕 소독한 병에 담아 놓고, 그 사이 장아찌용 소스를 끓였다. 나머지는 샐러드 용으로, 올리브유와 마늘과 대파를 가득 넣은 볶음밥과 계란 말이용으로 얇게 잘라 밑준비를 해서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로 직행.


장아찌는 풋풋한 색감을 살리고 싶어 간장 대신 꽃게 액젓과 맛간장 조금,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맞췄다. 통후추, 다시마 한 조각, 피클링 스파이스 조금 넣어 끓이다가 신 맛과 단 맛을 더했다. 오크라를 잘라서 담그는 거라 식초와 단 맛은 세지 않게 조절하고 대신 끓고 난 장아찌 베이스에 상큼한 레몬즙과 마지막으로 꿀을 넣어 우아한 단 맛을 더했다.



오크라는 점액질의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 느낀 식감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끌거리는 식감이 과하지 않아 볶음 요리나 장아찌로 만들어 먹다 보면 묘한 매력에 빠지는 식재료다. 먹다 보면 순한  오크라의 맛에 왠지 모를 친근감이 생긴다. 살짝 뜨거운 물에 담갔다 꺼내 식힌 뒤의 오크라 맛은 가지와 아스파라거스를 섞은 듯한 순한 단 맛과 아삭아삭, 사각사각의 중간 어디 매쯤... 맛 표현이 어설프지만 자꾸 입에서 당기는 맛이다. 신선한 오크라는 살짝 데치거나 살짝 쪄서 방울토마토, 브로콜리와 함께 오리엔탈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로 먹거나 초장에 살짝 찍어 먹을 때를 좋아한다.



오크라에 함유되어 있는 효능으로는 펙틴, 뮤신 비타민 C, 칼슘, 무기질 등 정장 작용과 콜레스테롤도 낮추는 작용과 미끈거리는 점액질에 들어있는 뮤신이 소화기관의 점막을 보호해준다고 한다.


밑준비하면서 날름날름 집어 먹었더니 이미 입으로 반은 들어간 것 같다. 오크라를 처음 만났던 뉴욕으로 잠시 추억 여행을 하며 즐거운 식재료와 함께 행복함으로 주말 아침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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