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만 보자 싶어 예쁜 병에 담긴 온향의 뚜껑을 열고 한 잔을 가볍게 마셨는데 쌉싸름한 복분자의 향기와 누룩 향이 과하지 않게 어우러져서 맛이 깔끔했어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갑자기 냉장고를 열고 안주거리 할 게 있나 살피고 있더라고요. 좋은 술맛을 보니 나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안주를 챙기는 나 님!! 어떡하죠~~
다행히(?) 냉장고에 어제 집 앞 시장에서 사다 둔 족발이 보였어요. 몇 점 집어 먹고는 맛이 그다지여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었거든요. 남은 족발의 맛을 살리기로 했어요. 이것저것 꺼내기 귀찮아서 시판 초고추장 5스푼에 레몬즙 한 스푼, 꿀 한 스푼 넣고 부족한 간은 새우젓 조금 넣어 휘리릭 초무침 소스를 만들었어요.
남은 족발을 먹기 좋게 반 토막씩 , 쫀득한 껍질도 두껍지 않게 잘라 주었죠. 국수를 삶을까, 일반 라면보다 면 발이 얇은 비빔면 삶을까 하다가 탄수화물의 유혹을 간신히 넘겼어요. 혼자 먹기엔 너무 양이 많아질 것 같아서요.
족발집에서 포장할 때 챙겨 준 마늘과 청양고추, 요즘 고공 행진 중인 야채 값에 금추라 불리는 상추를 잘라 넣고 집에 있는 적양파와 당근채를 넣어 매콤 새콤하게 무쳐서 접시에 담아내고 아침에 손질해 둔 오크라를 올렸죠.
음~~ 둘이 먹다 하나가 쓰러질 만큼 술맛 도는 맛있는 안주가 있으니 오늘은 복분자 향기를 가득 채운 '온향'으로 이른 가을을 느껴 봐야겠어요. 배가 터질 것 같이 '복'이 높은 산만큼 채워지면 좋겠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잔이 비워졌네요. 아마도 오늘은 이렇게 스르르 잠이 들 것 같아요.
아침저녁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느껴져요. 가을 문 턱에 접어들었나 봅니다. 그리운 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