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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사람소소 Nov 04. 2020

3. 둘째의 셋째 맞이




지난 해 늦가을 셋째가 태어났다. 첫째 아들이 52 개월 , 둘째딸이 29 개월에 접어든 때였다 . 첫째와 둘째는 23 개월 차인데 세상에 아이가 혼자 인 듯 모든 사랑을 누리던 첫째의 둘째 맞이는 쉽지가 않았다. 육아서의 조언대로 첫째 위주로 생활하려고 했지만 육아도, 집안일도 늘어나다보니 첫째의 낮잠이나 밤잠시간이 늦어지는 일도 잦았고 첫째랑 놀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돌 무렵까지는 종종 동생을 때리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셋째가 생겼을 때 첫째보다 좀 더 고집이 센 둘째가 셋째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 달리 둘째는 그동안 ‘ 오빠 ’ 만 누리던 권위가 자신에게도 ‘ 누나 ’ 라는 이름으로 부여된 것에 크게 기뻐하며 뱃속에서부터 ‘ 동생 ’ 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이닦기를 싫어했는데 불룩한 배를 가리키며 “지온아 기쁨(셋째 태명)이가 누나 이 잘 닦는지 궁금하대.” 하면 바로 달려와 이를 잘 닦고 “누나 이 잘 닦아서 멋지대 . 배속에서 박수치네. 들어봐.” 하면 배에 대고 박수 소리가 들린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
    



셋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남편과 내가 셋째에게 해 주는 대로 뭐든지 똑같이 하고 싶어 했다. 수유쿠션에 누워서 젖도 다시 먹어보고, 쪽쪽이도 두 개 사서 동생이랑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서 물고 자기 전에는 신생아처럼 가로로 안아서 거실을 돌아다녔다 .






처음 동생을 맞이한 흥분이 가라앉은 뒤에도 다행히 질투는 별로 하지 않았고, 오히려 과한 사랑이 문제가 됐다. 셋째의 바운서 벨트를 내가 해주면 ‘누나’가 해줘야 된다고 난리가 나고, 셋째가 자고 있으면 누나랑 놀자고 자는 방문을 막 두드리고, 셋째가 자다가 우는 소리가 나면 나보다 먼저 뛰어 들어가 얼굴을 바싹 들이대며 ‘ 누나 . 누나 .’ 하고 달래줘서 놀라게 하고, 같이 놀자며 아기를 들어서 장난감상자에 넣어놓는 등 ‘누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둘째가 질투를 별로 안 하고 넘어가게 해 준 또 하나의 일등공신은 맘스다이어리에서 무료 출판한 육아일기다. 이 육아일기에 둘째의 초음파사진부터 신생아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둘째가 가장 즐겨보는 책 중의 하나이다 .



내가 셋째를 안아주면 둘째가 책 속의 사진을 가리키며 “ 엄마 , 아빠가 지온이 이렇게 안아서 재워줬지요?”라고 묻는다. “응, 지온이 애기 때 아빠 엄마가 날마다 아기띠해서 재워줬지.” 하면 안심한 듯 미소를 짓는다.



사진 속에서 둘째가 썼던 카시트를 가리키며 “ 엄마 , 지온이는 애기 때 이 카시트에 탔지요? ?” 물어보면 “ 응 , 이제 지온이한테는 작아서 엄마가 지온이는 누나 꺼로 사줬지.” 대답한다. 그럼 또 흡족한 표정을 짓고 책장을 넘긴다. 셋째가 7 개월에 접어든 지금도 종종 이런 대화가 오간다. 사진을 통해 자기가 아기 때도 셋째처럼 똑같이 보살핌 받고, 사랑받았다는 걸 확인하면서 질투 없이 동생의 존재를 잘 받아들인 것 같다.




 

제발 동생 입에 뽀뽀 좀 하지마...




셋째 막달까지만 해도 아기 같던 둘째가 동생을 보고 누나가 되어 마음이 부쩍 자란 모습을 보면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사랑을 받는 자에서 사랑하는 자로, 사랑을 받는 행복만 누리다가 이제는 사랑을 주는 행복을 아는 자가 된 것이 어찌나 기특한지. 그 사랑과 행복이 아이의 평생에 넘치고 넘치길 기도한다.





모빌도, 침대도 형 누나랑 같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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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육아

#가정육아

#셋째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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