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연과 더불어

by 행복마중 윤정란


봄에는 꽃구경, 가을에는 단풍 구경.

20대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꽃이 뭐 별거 있어?`. `단풍이 뭐가 예쁘다고 그 멀리까지 가서 볼까?`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랬던 내가 40이 넘으면서 봄에 되면 따스한 날씨 보다도 몽글몽글 필 꽃을 기다리며 설레고, 가을에는 알록달록 단풍을 기대한다. 나이 들면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신, 도심의 높은 빌딩과 큰 쇼핑몰에서는 에너지를 빼앗기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내가 산을 좋아하거나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예쁘고 아름답게 가꾼 인위적인 정원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하늘, 늘 걷는 길에서 보이는 꽃, 산책하는 동안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일상에서 나와 함께 하는 자연을 좋아한다.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의 움직임을 따라 나의 시선을 옮겨본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내 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껴본다. 못 보던 꽃을 발견한 날에는 내 얼굴에 함박 미소가 번진다.


나와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자연은 바쁘게 움직이는 나를 잠깐 멈춰 세운다. 그리고 나에게 말한다. 너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 잘할 거라고. 잠시 멈춰서 느껴보라고.

자연과 함께하며 느끼는 잠깐의 여유가 나에게는 행복이다.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 특히, 남편과 아들이 함께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행복은 더 커진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2화책과 커피 그리고 디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