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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달라지는 엄마의 마음

by 행복마중 윤정란

내 뱃속에 아가가 생겼음을 안 순간 신기한 마음이었다.
‘진짜? 내에게 아이가 생겼다고? 내가 엄마가 된다고?’
아이의 태동을 느끼며 신기하기만 했다.
한 생명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싶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 감격이었다.
힘들었던 시간들을 견디고 세상 밖으로 건강하게 나온 아이가 대견하기만 했다.
마음과 달리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 젖은 어떻게 먹여야 하고, 기저귀는 어떻게 갈아줘야 하는지, 어떻게 씻겨야 할지 모든 것이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아이가 울면 왜 우는지, 잠을 안 자면 왜 안 자는지.
답답함으로 하루하루를 지새웠다.


아이와 함께 하는 나의 삶에 익숙해질 즈음에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로 만들어주고 싶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폭풍 검색으로 아이에게 좋다는 건 다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시간을 쪼개 아이의 일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나의 계획대로 잘 따라오던 아이가 반항을 시작한다.
‘왜? 하라는 대로 할 것이지.’
강압적으로 더 시킬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어야 할까 갈림길에서 늘 고민을 한다.
사사건건 나의 의지와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를 보며 이 아이가 정말 내 아이인가 싶다.
‘내 아이는 더 착한데, 내 아이는 이런 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수없이 마음으로 이런 말을 외치며 순종하지 않는 아이를 원망하기도 하고, 내 탓을 하기도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더 이상 내 말은 아이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엄마의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며 자신의 의견을 펼친다.
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은 크지만, 아이의 말이 틀린 것이 없기에 아이 앞에서 나는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래서, 너는 그렇게 했어?’
내가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아쉬운 마음에 아이를 닦달한 것은 아닌가 돌아본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뒤에서 바라보며 응원해 주는 것뿐.


아이가 힘들어할 때면 혼자서 견디는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에 아이 몰래 눈물을 훔친다.
아이가 힘내기를 바라며 음식 하나를 더 해놓는다.
답답한 나의 마음을 풀 길이 없어 혼자 앉아 글을 쓴다.
나의 마음은 아이에게 향한 채.


이제는 안다.
아이는 나와 다른 존재임을.
내가 아이의 인생을 살아줄 수 없음을.
힘들어도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렇구나.”라고 공감해 주는 일뿐이라는 것을.
아이가 의견을 물어오면 그만큼 반가울 수가 없지만, 내 의견을 고집하기보다는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봐 줘야 한다는 것을 안다.


내가 품고 있던 아이이기에 나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마음을, 아이를 키우며 비워간다.
그 과정에서 아이도 나도 상처를 받았겠지만, 그 또한 우리의 독립의 과정이다.
아이와 나. 우리는 이렇게 각자의 길을 찾아 독립을 한다.
단지,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은 서로의 길을 더 열심히 응원해 주는 마음이 강하다는 것이다.
마음은 늘 아이를 향해있지만, 이제는 아이를 놓아 줄 준비를 한다.
스스로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가도록.
나는 늘 뒤에서 아이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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