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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 SUN HYE Mar 04. 2020

샤넬백보다 맥북이 더 좋다.

샤넬은 100년넘게 사랑받아온 여자들의 로망이다. 기본 몇백만원씩 하는 가방 가격은 손쉽게 구매하기 힘든 가격이기도 하고, 명품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엔도르핀이 솟게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명품브랜드 가방은 하나쯤은 갖고 있으면 중요한 약속이나 좋은 자리에 갈때 유용하고 오래도록 그 품질이나 가치가 떨어지지 않아서 유용할 때도 많다. 하지만 일년에 한두번 쓸까말까 하는 장식품으로 전락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나는 핸드백들이 몇개 있는데도 요즘은 그냥 백팩이 제일 편하다. 노트북과 책,다이어리,필기도구들이 듬뿍 들어가서 정 무거우면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도 한다. 결혼하기 전 예비신랑이었던 남편이 나에게 청혼하듯이 선물을 하나 건네주었다. "이번에 새로나온 맥북이야. 너가 샤넬백보다 더 좋아할 것 같아서" 라고 말해주었다. 나를 너무나도 잘 알았던 지금의 남편은 내가 명품백보다 맥북을 더 아끼고 매일매일 쓸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던 것 같다. 선물의 크기나 종류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진심으로 감사했다. 


5년넘게 쓰던 맥북을 뒤로하고 새로운 성능좋은 맥북을 맞이했을 때, 상자를 뜯을 때의 그 느낌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고 뿌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어떤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맥북을 맞이했을 때의 첫날은 뭔가 일의 능률이 더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생산성이 훨씬 좋아진 것 같으며 디자인도 훨씬 잘 되는 느낌이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연장탓 하지 말라고 하지만, 반대로 나에겐 이런 마인드가 깔려있었던 것 같다. '최고는 최고의 도구를 쓴다' 


가끔 여행할 때는 나도모르게 구경하게 되는 면세점 명품관을 쭉 돌아보게 된다. 당연히 눈이 돌아간다. 여행이나 여기저기 쇼핑몰을 다니면서 나도모르게 너무 예뻐서 충동적으로 샀던 제품들 중에 실제로 매일매일 소중하게 잘 쓰는 제품은 몇개 안되는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내 가치를 업그레이드 해주고, 돈을 벌게 해주고, 생산성을 높여주고, 구매한지 세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이미 넘겨버린 '맥북'은 오랜 시간동안 내 인생에 아주 중요한 삶의 동반자이다. 


인간은 물건을 구매할 때 생각보다 객관적인 모든 조건을 따져보고 전략적으로 구매하지 않는다. 가치를 판단하고, 느낌을 구매한다. 구매할 대상의 종류나 삶의 가치관에 따라 가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카테고리가 저마다 존재한다. 내가 샤넬백보다 맥북에게 더 설레고 좋아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샤넬백보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나 비행기티켓,여행과 같은 '좋은 경험'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물론 가격도 중요하지만, 물건을 구매하고 나서 정말로 투자가치가 있느냐는 본인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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