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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 SUN HYE Mar 05. 2020

빈둥대는시간이 필요한 이유

흔히 '빈둥거린다'라는 표현은 사회통념상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자, 미국 워싱턴 대학의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 교수가 2001년에 연구한 발표에 따르면 뇌의 특정부위가 어떤 일에 몰두할 때는 활동이 감소하는 데 반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실험 참가자가 문제 풀이에 집중할 때 뇌의 특정 영역의 활동이 오히려 줄어드는 반면에, 문제 풀이를 멈추자 이 영역의 활동이 오히려 비약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판단력,창의력,기억력 부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 DMN)
멍한 상태이거나 몽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지는 뇌의 영역으로 내측전전두엽피질, 후대상피질, 두정엽피질에 퍼져 있는 신경세포망이 이에 해당한다. 휴지 상태 네트워크(rest state network)라고도 한다. 평소 인지 과제 수행 중에는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뇌의 각 부위를 연결시켜주어 창의성과 통찰력을 높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워싱턴대 의대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 교수는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들이 있음을 알아내었으며 이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고 명명하였다. 스트레스가 증가하거나 따분하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가중되거나 졸음이 몰려올 때 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즉 쉽게말하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뇌의 기본값, 기본상태, 초기화상태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바쁜시간과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내는데에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나도 이런저런 스케줄로 빼곡하게 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날은 종종 불안할 때가 있다. 빼곡하게 체크리스트에 메모해둔 해야할 일들을 빨리 해치우는 것만이 정답일까? 뇌는 쉬고있을 때 어떤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그동안 접했던 다양한 정보들을 취합하고 다양한 생각이나 단상들을 열린 마음으로 떠올리곤 한다. 그러다 문득 뇌의 한켠에서 자리잡고 있었던 문제와 결합되어 생각지도 못하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문제해결이 탄생하기도 한다. 

https://www.neuroscientificallychallenged.com/blog/know-your-brain-default-mode-network


이런 연구결과들을 보면서 게으름을 피우고 매일 빈둥거려도 되겠다는 합리화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이 나에게는 '빈둥대도 좋다. 게을러도 좋다 맘껏 놀아라!' 라는 의미가 아니라, 편안한 마음상태를 유지하고 문제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상태를 갖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명상을 하기도 하고, 가만히 누워서 생각에 잠겨보기도 하고, 원하는 상태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시간, 가만히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멍때리기 라던지 햇살을 맞으며 숲을 거니는 산책의 시간을 갖는 것. 이런 평화로운 상태가 '게으름'이라는 단어보다는 그냥 '여유'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직감'이나 '통찰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바쁘고 끊임없이 무언가에 몰두하는 사람에게서는 그런 단어가 왠지모르게 어울리지 않는다. 


언젠가 내가 큰 회사를 꾸리게 된다면 미스터힐링 같은 공간을 만들어서 '시에스타'시간을 만들어볼 것이다. 시에스타는 낮잠을 자는 스페인의 전통적인 습관이다. 낮잠은 생체리듬을 최적화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어느날 너무 피곤한 날이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안마기계가 있는 낮잠카페 '미스터힐링'에 들러 잠깐동안 꿀잠을 자고 오후일과를 상쾌하게 보냈던 기억이 있다. 뇌의 스위치를 잠시 끄는 동안에 뇌를 오히려 활성화시켜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문제만을 바라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미친듯이 몰두하면 오히려 더 안좋은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경험을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무언가를 너무 강력하게 추구하면 오히려 나와 멀어지는 역설적인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이제 조금씩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문제의 반경에서 조금 떨어져서 휴식을 취할 때 진정한 문제해결, 통찰력, 예술적인 창조력을 지닌 인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딴생각하고 이런저런 문제행동 인것 같은 모습들을 보였던 아이가 얼마나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아이였는지 선생님들이 알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흔히 부자들의 경우에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산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부자들이나 어느 경지에 도달한 훌륭한 예술가들은 여유가 넘치고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디폴트 모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일상속에서 얼마나 실질적으로 유용한지 깨달았다면 종종 빈둥대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작동하던 뇌를 쉬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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