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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Chun Aug 19. 2020

2045년,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공감과 선택

   AI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함으로써 궁극에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로 인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과 인간생활을 이롭게 할 거라는 상반된 공방이 계속되어 왔다. 또한, 기술의 지속적인 혁신으로 인해 영화 터미네이터나 I-Robot과 같은 공상영화들이 "이제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점차 많아지는 가운데, 2045년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호기심은 이제 미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한 학문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2045년 일상의 모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과거의 예측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1980년에 발간한 제3의 물결에서 정보혁명을 통해 다양화된 지식기반의 시대가 올 거라고 예측한 바 있다. 1982년 1월 1일 자 경향신문의 기사 내용을 보면 "21세기가 되면 비행기 이용률이 증가하지만 국내여행에는 주로 시속 500Km에 달하는 자기 부상 열차가 이용될 거라 예측한다." 1965년 클로버문고에 실린 만화가 이정문 화백의 한 장 그림에 등장하는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를 보면 "태양열 집, 전기자동차, 소형 TV 전화기, 청소로봇, 온라인 가정학습, 우주여행" 등의 상상도가 실려 있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예측들이 너무도 많다. 이러한 예측은 대부분 수십 년 내에 모두 현실이 되곤 했다.


물론 발명가나 미래학자들의 빗나간 예측도 있다. 21세기에는 청소와 정원 가꾸기, 운전과 같은 일을 잘 훈련된 유인원을 통해 가능하다거나,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나노로봇이 체내에 투입되어 오랜 기간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등의 예측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빗나가 예측들은 불가능의 문제라기보다는 완성에 걸리는 시간의 문제이거나 상업성의 문제 일 수 있다.


미래사회의 변혁에 관한 예측에 있어 명확한 것은 과거 개별적인 주장들과 달리 이제 전문가 집단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예측들이 심도 있는 토론과 연구를 거쳐 공신력 있는 보고서로 발표되고 있고, 그 신뢰도는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미래 직업 보고서에서 인간의 직업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상당 부분 대신할 거라 예측한다. 



 2045년 경북지방의 소백산 인근.


 84세인 한 할아버지가 은퇴 후 소백산 자락에서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두 아들의 직장이 미국에 있어 가족이 모두 떨어져 살지만 태평양 해저를 관통하여 설치한 하이퍼루프 고속철 시스템이 3시간이면 한국과 미국을 연결해 주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은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 (요즘 서울과 부산은 25분이면 도달한다). 더구나, 할아버지는 최근 정부에서 80세 이상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지원해준 도우미 로봇 덕분에 청소, 빨래 등 가사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 기업의 컨설팅과 강연 등을 하며 은퇴 전과 다름없이 바쁜 일상을 보낸다. 오늘은 창업한 지 1년 된 바이오 기업의 제품 생산에 대한 컨설팅을 위해 서울에 출장을 다녀 가는 중이다. 출장길에는 컨설팅 준비를 하기 위해 개인 차량을 이용한다.

컨설팅을 마치고 손목시계를 통해 차량 호출 신호를 송출하면 2분 후 승차위치에 차가 도착하고, 차에 접근하는 할아버지의 얼굴, 홍채, 지문 등의 다중 보안 인식을 통해 차 문이 열린다. 운전석이 따로 없는 보급형 AI 자율주행차량이다.  

대화나 문장단위의 음성인식 기술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로봇과의 대화도 사람 간의 대화와 다르지 않다.  "목적지를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명령 대기모드 표시가 뜬다. "집으로 데려다줘"

"네, 알겠습니다! "


"의자에서 계측한 맥박과 호흡, 혈압이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편이고, 1주간 체중도 1Kg 감소했는데 신체 데이터를 주치의한테 전송할까요?" "아니야, 전송하지 않아도 돼"

차량 구매 시 옵션으로 장착한 건강 계측 시트는 교통사고 시 주치의에게 긴급호출 신호가 자동 송출되기도 한다. 


 차량이 집과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위치 신호가 자동 송출되어 집의 온도 습도, 조명 등이 사전에 세팅된 대로 작동된다는 신호가 손목시계를 통해 표시된다. 집에 도착하여 시계에 부착된 보안해제 버튼을 누르고 집에 들어가면 쾌적한 온도에 감성조명으로 연출된 실내를 볼 수 있다. 침대와 화장실 등에는 호흡이나 당뇨 등을 계측하는 센서가 부착되어 있고, 태양빛과 바람, 지열을 통해서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A사의 조립식 주거공간이다. 요즘에는 House 공급회사의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기능과 옵션을 결정하고 오더 하면, 정해진 위치에 집을 세팅해주는데 2주밖에는 걸리지 않는다. 건축비는 2020년에 비해 훨씬 저렴해졌다.


 집에 있는 모든 자동화 기계도 손목시계를 통해 명령이 가능하다. 

"오늘 7시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줘!" 

명령을 인식한 주방의 요리 로봇이 냉장고로부터 식자재 리스트를 전송받아 오늘 요리가 가능한 메뉴를 스크린에 띄우고, 보관 중인 식자재 종류와 보충해야 할 기본 식재료 목록도 함께 보여주며 명령 대기모드로 동작한다. 냉장고에 보충해야 할 식자재는 냉장고 패널에서 구매 결정을 하면 2시간 이내로 드론 로봇에 의해 집까지 배달된다.

"음! 오늘은 김치찌개가 좋을 것 같군! 내가 설정한 것보다 조금 더 싱겁게 해 주면 좋겠어"   "1인분""잡곡밥"...  등 요리 로봇이 물어보는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고 나면 할아버지의 저녁 준비는 끝난다. 물론 설거지도 로봇의 몫이다.


휴대폰이 사라진지는 벌써 10년 전 일이다. 손목시계, 반지, 목걸이 등이 휴대폰을 대신하고 있으며, 취직을 위해서는 해당 회사가 필요로 하는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의 클라우드 접근권한을 오픈해주고 합격 여부를 기다리면 된다. 수술과 같은 중요한 의료행위 외에는 주치의와 화상진료에 의해 모든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방과 서울의 경계를 떠나 국가 간 물리적 시공간의 제약은 없어진 지 오래다.


 필자가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막연한 미래의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 아니다. 2045년 내가 살아갈 현실 속 나 자신의 생활 이야기이다. 사람의 오감에 해당하는 모든 인식 센서가 완벽하게 AI 로봇에 장착되었으며, 사람의 표정과 감정에 따라 대처하는 감성로봇이 아이의 보육, 환자 케어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분야에서 제 역할을 시작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가정부 로봇의 대여로 혼자 사는 모든 독거노인들의 삶은 202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해졌으며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AI 차량 등으로 나이 상관없이 사회활동을 하며 일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졌다. 



많은 사람들은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그것은 팩트로 볼 수 없다. IT 기술이 지배하는 지능형 로봇이 청소부터 고된 농사일을 비롯한 많은 일자리를 대체함으로써 실업률이 높아질 거란 예측은 틀린 것이라고 단언한다. 

사회 문명의 변화에 맞추어 일자리의 형태가 바뀔 뿐이며 AI 로봇이 중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이 기존에는 없었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더욱 부유해졌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모든 보안 시스템이 확고해지고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범죄는 줄어들 것이며, 로봇이 단순노동을 대신하는 모든 분야의 생산성은 증가할 것이다.


제4의 물결은 우리의 생각과 생활의 패러다임을 완전하게 바꿀 것이 분명해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가 매우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는가가 미래의 더 많은 가치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존에 우리가 가진 관념적 인식과 사고의 틀로부터 빨리 자유로워져야 한다. 창의적인 시각으로 시대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제4의 물결의 파고에 넘어지거나 묻히지 않고 그 물결 위에 서서 파도를 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엘빈 토플러의 명언 가운데 한 가지를 이글의 맺음말로 남기고 싶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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