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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Chun Aug 14. 2020

창의성 교육 이야기 2

창의성과 집중력 3

창의성은 지적 겸손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대부분 지적 겸손도(Intellectual Humility)가 높다. 자신의 지식에 대한 주장보다 남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관점이 확고부동하게 옳다는 생각보다 문제 해결에 더 좋은 답을 구하기 위해 열린 자세를 가진다.


미래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창의적 전문가를 육성하려면 누구보다 교수가 창의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교수 사회에서 지적 겸손도에 대한 자기 성찰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고 누군가에게 배움을 구하는 대신 가르치는데 익숙하다 보니 자신이 항상 옳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일방적인 자기주장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지적 겸손도가 낮다고 평가한다. 지적 겸손도가 낮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으며 자기 의견의 정확성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면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이 틀렸을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며 주장을 하는 근거의 질적 수준에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이 지적 겸손도에 대한 조사 결과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식을 전달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낸 한 사람으로서 자기 지식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자존심을 내려놓는 시도를 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게 사실이다. 학술회의나 심포지엄에 참석하여 학술적 토론하면 상대의 반박에 대해 방어적인 논리를 찾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간단한 저녁 모임의 화재거리에서도 나의 주장이 우선되어야 만족하고 존재감을 느꼈던 직업적 습성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나의 지적 겸손도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프로젝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가끔 골프연습장에 가면 남을 코치하는 것에 더 열중하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그들이 하는 말의 근거가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이론을 가지고 무지한 골퍼가 더 무지한 골퍼를 가르치고 있다. 프로선수가 연습장에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묵묵히 공을 칠 뿐이다.



창의성과 지적 겸손도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우선 창의성은 매우 복잡하며 동시다발적인 사고체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통해 나타난다.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지식 데이터베이스다. 자신이 구축한 지식 데이터 베이스의 다양성과 정확성의 수준에 따라 통합적 추론을 위한 사고의 폭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지적 겸손도가 낮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하고 업그레이드하는데 보수적인 경향을 가진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확신하며 더 이상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지식은 교류와 소통, 교육, 경험에서 축적된다. 졸업하고 취업하면 다시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는 없으므로 이후에는 경험과 교류, 소통의 질에 따라서 창의성 발휘에 필요한 데이터 베이스가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다.



동일한 문제를 두고 논쟁을 하는 경우에 서로가 서로의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본다. 그 문제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른 것이다. 창의적이고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은 문제 인식이 매우 정확하다. 문제 인식이 잘못되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정확한 문제 인식의 과정에는 생물학적인 인지 수단과 자신이 가진 지식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직관력과 감성적 느낌이 모두 작동한다. 여기에서 추론의 기반이 되는 자신의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항시 배움을 갈구하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쉽게 받아들이기보다 "왜 그렇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아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지식 데이터베이스가 견고 해지며 지적 겸손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자신이 가진 지식의 틀 안에서 모든 문제를 이해하는데 만족하고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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