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까지가 아닐걸.

여기까지에 이은 글

by 정오의 햇빛

여기까지를 발행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땡그랑, 오래된 접시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왜 그렇게까지 했느냐고.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느냐고.

아무도 없어서 언제 멈춰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하려던 찰나, 그건 사실이 아니라며 접시가 날아왔다.


깨진 조각마다 얼굴이 달려 있었다.
말을 던진 사람의 얼굴, 침묵했던 사람의 얼굴,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린 사람의 얼굴.

그 얼굴들이 바닥에 흩어져 한꺼번에 소리를 냈다.
윽박지르듯, 그러나 이제는 하나의 문장이 될 수 없는 목소리로.


나를 지우던 말들은 더 이상 문장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조각조각 나서 발밑을 굴러다녔다.

왜 네 멋대로 써 갈기느냐고. 네가 뭘 아느냐고. 몸은 전율하며 울부짖었다.

왜 또 나를 사라지게 하려 하느냐고, 그들이 했던 것처럼 너마저 나를 지우는 거냐고.


나는 너무 놀랐다.
몸에서 울려 나오는 느낌은 분명했고 단호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구멍이 오 그라 붙고, 위장이 위로 밀려 올라왔다.


어… 왜 그러는 건데.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건데.

사실이 아닌 건 지어 쓰지 말라는 말이구나. 그런데 뭐가 사실인지 내가 어떻게 알지.
사실인 것 같아서 쓴 건데. 접시가 날아오는 순간은 보지 못했지만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소리는 들었다.

아무도 없어서가 아니라,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계속해 왔다는 말.

남들보다 서너 배 더 한 뒤에야 멈출 수 있었고, 한번 멈춘 뒤에는 다시 하지 않았다는 말은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였다는 고백. 머릿속에서 평생 따라다니며 나를 지우던 말들 속에서 나는 내 이름을 외치느라 끝까지 간 거였다.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이라도 하려고 하면 안 돼.

너는 이모도 고모도 동생도 처제도 아니고 자식도 동생도 아닌데, 남도 아니야.


그럼 나는 무엇이 될 수 있는 건데?
어디로 가야 하는 건데?

남도 아니라니 집을 나갈 수도 없고 가족도 아니라니 여기에 있을 수도 없는 채로
어쩔 수 없는 삶을 살아내느라 그랬던 거였다는 말.


아이고.
어쩌자고 어린아이의 인식을 생매장을 시켰나요.

당신들의 삶을 살자고 그런 일을 했나요.
너무했어요.

나를 없는 사람으로 만든 당신들은 지금 어디 있나요.

모두가 사라진 뒤에야 말을 하게 된 나.

일생이 걸렸다. 내가 되는 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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