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으로는 갈 수 없는 곳
인식을 멈추는 것은 의지로는 불가능하다.
자아가 작동하는 한 인식은 멈추지 않는다.
명상도, 훈련도, 결심도 방법이 아니다.
다만 그것들은 인식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게 되는 조건을 만들 수는 있다.
설명이 의미 없어지고, 아무리 설명해도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인식에는 이미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생각이 한 박자 늦게 도착할 때, 그 지연의 순간에 인식은 잠시 멈춘다.
이해하려는 시도가 계속 실패하고 의식이 한도 초과 상태에 이르면 피로가 먼저 찾아온다.
그 피로는 게으름이 아니라 인식이 잠시 돌아서는 신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명상도 아니고, 망상도 아닌 상태.
시간의 기둥 위에 나를 묶어 둔 채 할 일이 사라진 시간.
이때 인식은 빠져나간다.
인식할 것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더 이상 작동할 이유를 잃어서다.
인식은 멈추려고 할 때는 멈추지 않고, 멈추는 지점에 가려 할 때는 더 작동한다.
다만 스스로 빠져나가거나 지연될 때, 비로소 인식하지 않는 경험이 가능해진다.
잘하려 하지 말고, 정확해지려 하지 말고, 손을 놓고 입을 벌린 채 있을 때.
말하자면 조금 멍청해진 상태에서 인식은 잠시 힘을 잃는다.
특히
완전히 잠들지도 깨어 있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딘가에서 인식은 더 이상 자신을 유지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