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따라갈 수 없는걸 따라가려고 하는 가?
11;30
운동을 마치고 서재에 앉은 시간.
아늑한 불빛과 은은한 조명 나를 반기는 향기와 만나며 책상 앞에 앉으면
하루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오늘은 어떤 글들이 나에게서 흘러나오려는지...
나도 모르는 나의 이야기들.
시작이다.
글 하나 썼는데 졸리다.
아침에 운동을 세 시간 하고 밥까지 먹었으니 졸릴만하다.
11;56
이 상태로 계속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지?
목의 옆선은 계속 짧아지는 느낌이고 시야는 흐릿하고 눈을 뜨는 것도 힘들고
마우스 쥔 손이 흠짓흠짓 떨리기도 한다.
12;29
잠은 깼는데 눈알이 뜨겁다. 의식은 깨어났지만 몸은 피곤하다는 걸까?
5시에 깨서 테니스를 3시간 하고 앉아 있으니 졸린 게 당연한 일이겠지.
앉아 있는지 1시간이 지났다.
12;42
깜박 졸음이 올 때는 환상을 본다.
테니스코트에서 스윙을 하는 나를 본다. 세 시간이나 했으니 그 감각이 남아있어서 그런 건가 싶다.
그러다가 영화가 서로 섞이면서 타년타일의 세계관이 I'm Steel Here를 손에 잡고 걸어간다.
뭔가 있는 것 같아서 그걸 언어로 붙잡아 보려고 정신을 차리면 조금 전에 머리를 꽉 채웠던 그 생각들은
스르르 자취를 감추고 잠깐 맑은 정신이었다가 다시 정신은 혼미해지면서 또 테니스 코트로 돌아간다.
이건 제정신이 아닌 거지. 어휴 졸려.
글쓰기를 위한 생각을 멈추고 잠시 다른 생각을 해봐야겠다.
12;54
다른 생각을 하려 하면 먹을 것 만 생각난다.
내가 나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게 전부인 거 같다.
조만간 장가네 순두부를 한번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계속 순두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순두부를 떠올리자 갑자기 전두엽의 안개가 걷히면서 맑은 하늘이 반짝이는 듯하다.
이건 뭐지? 먹는 생각만 해도 이렇게 멀쩡해지나? 그럼 순두부 먹는 상상을 해보아야겠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너무 글생각만 한 것 같다. 다른 생각이 필요해서 졸음이 오는 것 같다.
남의 브런치를 읽었다. 흥미로왔다. 무슨 이야길까 궁금해하며 보았다.
멤버십의 벽에서 돌아서왔다.
1;15
아무개의 브런치를 보았다.
사람들은 자기가 쓰는 일관된 주제가 있는 것 같다.
나에게도 있겠지. 자주 쓰는 주제가.
내가 쓰는 글은 마치 뽑기를 하는 거 같다. 무엇이 뽑혀 글이 될지 모르는.
나는 영화이야기가 그나마 내가 쓸 수 있는 글인 것 같기도 하다.
삶에 대해서는 도무지 내세울 글감이 없다.
1;36
우와 또 졸았다.
이건 진짜 아니다.
1;52
어느 브런치에서 아주 익숙한 문체를 만났다.
도저히 사람의 글이라고 느낄 수 없는...
그 순간 역겨움이 올라왔다.
내 모습을 본 건가?
2;13
자꾸 졸음이 오는 이유를 새롭게 생각한다.
이건 새벽에 깨서 운동을 해서 졸리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인식이 정보를 다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속도가 아닌 상대의 속도를 따라가려는 나의 욕심이 빚어내는 정보 포화.
졸지 않으면 계속 집어넣겠지. 지금 하는 일을 멈추라는 신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