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표현되지 못하고 있을 뿐.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감정이나 느낌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진 이야기로 머릿속을 부유한다. 아직 단어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만의 질서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느낌에 의식의 빛이 닿는 순간, 스토리들은 갑자기 모습을 감춘다. 없어진 게 아니라 인식으로 포착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의식은 단어를 들고 그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지만 그 느낌은 단어가 되기 에는 너무나 미세하고 약하다. 그래서 머릿속에 스토리와 감정은 그대로 있는데 언어화할 수 없어 없어진 것 처럼 느껴진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의식의 뜰채로 건져 올릴 수 없는 상태일 뿐이다.
감정은 없어지지도 날아가지도 잊어버리지도 않았다. 그저 뭉게뭉게 존재하다가 다시 감정과 만나지는 순간 의식의 표면으로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의식은 자연스러운 흐름과 느낌을 그대로 보는 장치가 아니라 탐지 가능한 것만 걸러내는 필터역할을 한다.
그래서 의식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크기와 표현의 크기가 자신이 볼 수 있는 세계의 크기다.
같은 영화를 보고 느낌을 기록하다 보면 상대의 인식과 나의 인식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타인과 감정과 경험을 나누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의식과 인식의 범위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