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자와 피전도자의 시간

점심식사였나 최후의 식사였나.

by 정오의 햇빛

설날 연휴에 독립생활자인 나에게 점심 초대장이 왔다.

불러준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동태전을 해서 들고 갔다.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 차를 마시며 담소를 이어갔다.

그들은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성경공부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나는 압박을 느꼈다.

테니스모임에 가면 테니스만 치다 오고 노래 모임에 가면 노래만 부르다

헤어지고 교인들 모임에 가면 종교이야기가 흐른다.


행위는 분명한데 사람은 언제 만나는 걸까. 나는 가끔 그 지점을 기다리게 된다.

말차 케잌을 먹으며 말차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한참 이야기중에 그 집 주인남자가 이게 다 말장난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명치를 툭 맞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앉아있던 시간의 무게가 갑자기 붕 뜨는 느낌.

나는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며 말했다.

아유 말장난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죠. 말을 하고 나서야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는 걸 알았다.

일어날 타이밍이긴 했지만 애매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바쁜 사람 오라고 해서 미안해요 라고 말을 했다. 나는 또 한 번 휘청했다.

지금 미안해지는 건 초대였나.

아까 그 말은 어디로 간 걸까.

말의 방향이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서 말했다.

지금 말장난이라고 한 부분을 미안하다고 하셔야 할 것 같은데

점심초대를 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이건 번지수가 맞지 않는거 같아요. 라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유 내가 그런말을 했나?

그 순간 입안 가득 찹쌀떡을 우겨 넣은듯 목이 막혔다.

옆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그는 덧붙였다.

아유 내가 치매라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라.

이번엔 나도 웃었다.

환자라는데 무슨 말을 더 얹을 수 있는가.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흐려졌다.

잘잘못도 말의 무게도 방금 전까지의 공기도.

분위기는 웃음으로 덮였다.


나는 왜 그말에 그렇게 놀랐을까.

말장난이고 농담이었고 실수였고. 있던 일을 없던 일로 밀어내는 말들

그때 나는 어떻게 반응했으면 좋았을까.

왜 말장난이라고 느끼셨어요? 라고 물었으면 그는 뭐라고 답했을까?


나는 그 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동태전을 부쳤고 약속전후의 시간을 비워두었다.

그 시간을 그 자리에 묶어두고 싶어서였다.

그 집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점심상을 준비하느라 마음을 썼을 것이다.

나는 열심히 이야기 했고 열심히 먹었고 그 자리에 나름 충실히 앉아 있었다.


그에겐 신앙에 관한 이야기외에는 말장난이었을까.

나에겐 신앙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앞서 나간 것이었을까.

말장난 이라는 말은 정말 농담이었을까 아니면 기대에서 비켜난 신호였을까.


말은 두 갈래로 흐른다.

입 밖으로 나온 말과 말해지지 않았지만 밑으로 흐르는 말.

그날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말을 건넨 것일까.


우리는 무슨 말을 주고 받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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