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보다 빠른 몸

감지 못하는 의식

by 정오의 햇빛

몸은 감정을 먼저 안다


우리는 감정을 머리로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몸이 먼저 알고 있다.

자아는 이야기로 감정을 설명하려 한다.
왜 화가 났는지, 왜 불안한지, 이유를 찾고 의미를 붙인다.
그러나 존재의 층위에서는 설명보다 먼저 감각이 올라온다.


몸은 말보다 빠르다.

방광과 연결되기 쉬운 감정이 있다.

긴장, 불안, 통제 상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예민하게 깨어 있는 경계 상태.

특히 ‘참아야 한다’는 압박이 강할수록 방광 감각은 더 또렷해지곤 한다.

방광은 자율신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관이다.


그래서 정서적 긴장이 높아지면 의학적 이상이 없어도 예민한 방광 감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몸은 이미 알고 있는데 자아만 아직 모르는 상태다.


심장은 또 다르게 반응한다.

불안, 긴장, 두려움, 설렘, 흥분, 그리고 급성으로 치솟는 분노.

심장은 교감신경, 즉 각성 시스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그래서 감정이 올라오면 가장 먼저 변하는 신체 신호가 심장이다.

심박수 증가, 두근거림, 가슴 압박감.


생각은 아직 문장을 만들지 못했는데 심장은 이미 상황을 읽고 있다.

장과 배는 훨씬 더 오래된 언어로 말한다.

불안 — 속이 뒤틀리는 느낌. 긴장과 두려움, 수치심, 억눌림, 스트레스.

장은 ‘제2의 뇌’라고 불릴 만큼 자율신경과 미주신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그래서 감정이 올라오면 배가 뭉치고, 장이 꿀렁거리고, 설사나 변비, 복부 압박감이 생긴다.

특히 예측 불안이나 사회적 긴장, 수치심과 깊이 연결된다.


우리는 이유를 나중에 붙이지만 몸은 이미 반응을 끝낸 뒤다.

감정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먼저 몸의 감각을 살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감정을 자동으로 억압한다. 그래서 스스로는 “나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몸은 전혀 괜찮지 않은 신호를 보낸다.

감정이 의식에서 밀려나면 몸이 대신 말하기 시작한다.


이를 우리는 신체화 증상이라고 부른다.

이유 없는 두통, 복통, 예민해진 방광, 심장 두근거림, 고혈압과 각종 기능성 증상들.

많은 질병이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설명된다.


하지만 어쩌면 스트레스란 단순한 외부 압력이 아니라,

감정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할 때 몸에 남는 불편의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뇌가 깨어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