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제목 등터진 새우의 이야기
할 일이 없고 혼자 있기도 지루해서 전국민의 설날 명절에 당근을 했다.
한시간이나 걸려 헤메며 장소를 찾아갔다.
들고 나온 옷의 촉감이 딱딱했다.
사실은 옷보다 나온 사람이 더 딱딱해보였다.
물건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람은 더 마음에 안들었다.
돼지를 인물보고 잡는 사람도 있을까 싶지만 내가 바로 그 사람인듯 하다.
당근에 네고 가능이라고 써있어서 네고를 제안했다.
만오천원을 만원으로.
판매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안된다고 한다.
네고 가능이라 써있던데 .. 라고 말하니 나오기 전에 말을 했어야지요
라고 말한다.
이제 흥정의 시간이다.
만 이천원. 판매자는 만 삼천원.
천원 차이로 흥정은 결렬되고 우리는 각자 온 방향으로 돌아섰다.
결투를 마친 황야의 무법자들 같았다.
오늘의 이 드라마는 마음에 든다.
물건을 사러가서 사지 않고 온거.
깎아 줬어도 반갑지 않을 물건.
명절의 고립을 잠깐 벗어나기 위해 당근을 핑계로 누군가와 마주치는 순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녀는 천원을 더 받았어야 했을까?
나는 천원을 꼭 깎았어야 했을까?
돈은 명료하다.
그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천원 깍읍시다.
내 소중한 물건의 가치를 건드리지 말아요. 천원 더 주세요.
그녀와 나는 과자 한봉지도 살수 없는 액수에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있는가.
천원에
그녀는 존재의 소중함을 걸고
나는 나의 고유한 취향을 걸고 서로 포기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지켰다. 천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