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간을 향한 허기에서 벗어나다.

by 정오의 햇빛

출가 예정자와의 여섯 시간

스물일곱의 출가 지망자를 만났다.
그는 곧 스리랑카로 불교를 공부하러 간다고 했다.


우리는 수학 이야기를 했고,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는 차분하게 말했고, 차분하게 들었다.


여섯 시간을 한 자리에서 함께 보내는 일은 흔치 않다.
시간은 충분했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접촉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몸은 분명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정신은 각자의 영역을 천천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함께 있음과 떨어져 있음을 동시에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굳이 몸이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만났지만 정신세계나 사유는 쉽게 나누어지지 않았다.
대화는 이어졌지만, 어떤 깊이는 건너가지 못한 느낌이었다.


여섯 시간이라는 시간은 외부적 관계의 필요를 다시 묻게 만들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만남은 관계의 가능성을 넓힌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관계의 한계를 확인한 시간이었을까.

내가 기대했던 만남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단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원했던 걸까,
아니면 말이 적어도 어딘가 맞닿는 감각을 기다렸던 걸까.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또 어떤 만남 앞에서는 조용히 물러선다.

어쩌면 이 여섯 시간은 누군가를 덜 만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내가 어떤 만남을 원하는 사람인지 조금 더 선명하게 알아보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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