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지만 2

말과 태도의 간극을 넘어설 수 없다.

by 정오의 햇빛

**말은 고맙다는데, 왜 마음은 남지 않을까**

상대는 분명히 고맙다고 말했다.

말은 또렷했다. 발음도 정확했다. 예의도 갖춰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에는 남지 않는다.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


말과 행동 사이에 아주 얇은 틈이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사람은 말을 귀로 듣지만 신뢰는 몸으로 읽는다.

말은 의도를 담지만, 행동은 우선순위를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는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어긋남을 감지한다.

“고맙다”는 문장은 들렸는데, 그 고마움이 실제로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 것 같은 순간.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정말 고마웠을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에너지가 없었을 수도 있다.

혹은 정서를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서툰 사람일 수도 있다.


여기서 마음은 갈라진다.

말로 감사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고마움은 결국 행동으로 드러나야 하는가.

관계의 깊이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스쳐 지나가는 관계라면 말 한마디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시간과 돌봄이 반복해서 오간 자리에서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작은 변화 하나쯤을 기대하게 된다.


태도의 미세한 조정.

사소한 배려.

혹은 최소한의 상호성.


문제는, 우리는 서로의 속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공주는 나의 불만을 모른다.

나는 공주의 불만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짐작만 한다.

그가 나의 어떤 점을 불편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 불편함이 말이 아니라 행동의 거리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묻지 못한다.

물어도 없다고 말할 것 같아서.

혹은 스스로도 잘 모른 채 지나가고 있을 것 같아서.


관계는 때때로 말하지 않은 것들 위에서 더 크게 흔들린다.

그래서 요즘 나는 단정 대신 질문을 남겨 둔다.

이 어긋남은 의지의 문제일까, 능력의 한계일까.

나는 지금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이 관계에서 나는 어디까지 내 마음을 써도 괜찮은 걸까.


분명한 것은 하나다.

내가 느낀 이 미묘한 불편은 없는 것을 만들어낸 감정이 아니라는 것.

다만 그것의 이름을 조금 더 천천히 알아가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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