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그날

by 정오의 햇빛

나는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12.3내란 영화를 봤다. 김건희 얘기도 나오고, 12.3 계엄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박진감 넘치게 그려질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동안 점점 내가 생각한 12.3 계엄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계속 부정선거 가능성이 100%라고 말하고 있었다. 100%, 1000%, 10만%, 1000만%라는 과장이 반복되면서, 윤석열은 현실 판단이 뛰어난 인물로 그려지고 있었다. 12.3계엄은 불가항력적인 사건으로, 문재인과 이재명은 권력 탈취자이자 부정선거의 주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존재로 묘사됐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왜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영화에는 인터뷰 장면이 계속 이어졌고, 그 결과 내가 알게 된 건 ‘부정선거는 만 프로 있었고, 윤석열은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윤석열에 대한 증언들은 다 뭐지?


놀라웠다. 지금 이런 영화가 어떻게 극장에 걸릴 수 있지?

제작자는 전한길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싸우자, 나가자, 이기자”라는 구호로 끝났다.


묘하게도 영화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요즘 세상에서는 맡기 힘든, 구질구질하고 쩌른 냄새였다. 팝콘 향도, 향수 냄새도 아니었다.


노숙자들에게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관람 중에 사람들도 이상하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인데, 사람은 거의 없을 법한데. 특히 백발 노인들이 많았다. 나는 ‘성인들이 볼 만한 영화인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태극기 부대가 볼 만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봤다.

이쁜 노인도, 고운 노인도, 의젓한 노인도, 품위 있는 노인도 아니었다.

구로 공단에서 볼 법한, 노동자들의 삭은 느낌이었다. 아마 어디선가 단체로 보여주는 영화였을 것이다.

계몽 영화처럼 느껴졌다.


지금 세상은 계엄을 불법으로 규정하지만, 영화는 홀로 계엄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장면이 나는 무서웠다.


저런 신념을 가진 사람과 반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관람했던 노인들의 모습은 평범한 노인의 느낌이 아니었다.

과거에 못 박힌 느낌이었다.

유교가 왜 생겼는지, 광주 폭동이나 정치적 사건들이 왜 일어났는지도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 사람들의 행동은 단순한 정치적 관심이 아니라, 자기 세계관과 신념을 관철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나는 외부 구조를 이해하거나 난해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내 구조가 납득되기 전까지 외부 구조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내부 구조가 정리된 것 같지만, 외부 구조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외부 구조는 그대로 두어도 상관없다.

나는 역사관이나 애국심이 없는 노인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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