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먹을거면 미리 먹고 이를 닦자.

by 정오의 햇빛

오늘 밤은 머리가 지근지근하면서도 눈은 졸린 상태로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글을 읽는다.

불을 끄고 자면 되는데, 마음 한 켠에서는 “한 입 먹고, 조금 더 읽고, 이를 닦고, 그래야 편히 잘 수 있다”는 작은 루틴이 남아 있다.


몸은 졸리고 피곤하지만, 마음은 아직 글과 ‘끝나지 않은 오늘’을 붙들고 싶어 한다.

시계는 열한 시를 향해 가는데, 내일도 있는데 오늘을 다 쓰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머리를 아프게 한다.

뭘 해야 오늘을 꽉 채워 다썼다는 느낌이 들까?


오늘 브런치에 쓴 글들을 집에서 다시 읽으면서,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이게 정말 내가 쓴 글이 맞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낯선 감각이 마음을 흔들었다.


이 순간은 단순한 글쓰기 혼란이 아니라, 내 안의 낯선 시선과 자기 인식의 격차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오늘의 글’은 쓰는 순간의 나와 읽는 순간의 내가 미묘하게 달라 생긴 낯섦이다. 이런 순간이 당황스럽다.

내일은 어떨지 궁금하다.


나는 조금 더 마음을 다독이며, 남은 루틴을 마무리한다.

한 입을 먹으려고 했는데 빵 한덩어리를 다 먹었다.

이를 닦고 침대에 눕는다


이 작은 순서를 끝내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이제 쉬어도 된다”라는 신호를 받아 잘수 있다.

오늘의 글쓰기와 어리둥절함도, 결국은 나 자신과 마주하는 과정의 일부다.
오늘을 다 못썼다는 아쉬움에 잠을 못자는게 아니라 오늘 할 마지막 과정을 미뤄서 잠들 수 없었구나...


아 그게 아니구나.

이를 먼저 닦아야 하는데 뭔가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미뤄둔 것 같다.

애초에 먼저 먹던가... 왜 졸음을 참아가며 먹어대는 건지.. 싫다.


글을 써보면 진짜 이유를 찾아내게 된다.

삶이 아쉬워서가 아닌 이를 안닦아서 잠들지 못하는 . 결국 먹고야 잠자는.

남겨둔 욕망이 잠을 재우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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