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알바

by 정오의 햇빛

어제 찬물 샤워로 밤새 몸이 아픈 느낌이었다. 아픈게 아닌데. 마치 몸살같은 느낌.

아침에 깨어서도 몸이 편안하지 않았다. 인공으로 몸살을 겪은 느낌.

근데 웬지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느낌이 들었다.


12;00

라온 빌리지로 가는 길은 멀다. 일부러 올 일은 아니지만 알바라는 핑계로 오래 차를 탔다.

혼자서 빈 집에 들어가 잘 정돈된 집을 청소하는 일은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다.

엉망진창인 집을 청소할 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데.

정돈된 집이어도 청소를 하면 먼지가 나온다.

쓸고 또 쓸고 닦고 또 닦고 보이지 않는 먼지를 청소한다.

집주인은 청소했다고 체감이 되려나?

유리창을 닦으라는 말을 들어서 유리를 닦았다.

닦아도 안 닦아지는 얼룩이 있어서 그걸 닦겠다고 돌로 문질렀더니 기스가 났다.

집주인이 보면 속상하겠다. 나도 속상하다.

근데 어쩌랴... 이미 그리된 걸.

유리는 단단하니까 기스가 나지 않을줄 알았는데...

집주인한테 뭐라고 자수를 하나.

집주인은 언제 올지 모른다.


7;55

하루종일 먼지와 창문 욕실바닥만 바라 보았다.

묘하게 나와 멀어진듯 하고 쓸쓸함이 올라온다.

마치 엄마와 한참 떨어져있었던 것 처럼.

나에게로 돌아오는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6시간 정도 청소를 한 거 같은데 그 정도의 시간으로도 내가 이렇게 멀어진 듯 하다면

예전에는 나는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거의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일을 했었는데

그때는 이런 분리감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이 쓸쓸함도 느끼지 못할만큼 바빴던 것일까?


8;00

집에 가기전에 한라 도서관에 와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

브런치에 글 쓰는 일이 나의 존재증명인 거 같다.

나 여기 있음. 글 쓰고 있음. 살아있음. 뭔가 하고 있음.

누군가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종에 점이 찍히고 나는 그 작은 점이 마치 사람을 본듯 반갑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나를 보는 사람이 있음.

얼마나 사람에 굶주렸으면 점하나에 사람을 보는 걸까.

슬픔이 밀려온다.

한시간만 글쓰고 집에 가야지.


9;22

시간이 후두닥 저먼저 가버렸다.

브런치에 글쓰는 일이 이렇게 집종하게 하는 일일줄 몰랐다.

관리인이 공기청정기를 끄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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