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기

꿈속에서 깨어났는데 여전히 꿈속 깨어나는 꿈.

by 정오의 햇빛

잠에서 깨어나는 건 필요하다.

그러나 가끔은 깨어나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내가 더 또렷하게 느끼는 것은, 정말로 깨어나야 하는 곳은 머리가 아니라 몸통이라는 점이다.

몸 자체가 먼저 깨어나야 머리도 깨어나고, 그 위에 달린 팔다리도 뒤따라 깨어난다.


어젯밤 나는 아주 깊은 잠을 잤다. 이상하게도 잠이 많아지는 느낌은 아닌데, 잠의 깊이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잠깐 생각해 보지만, 꼭 나쁜 변화 같지는 않다. 오히려 몸 어딘가에서 조용히 복구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돌이켜 보면 나는 요즘 몸을 제법 쓰고 있다. 테니스를 치고, 안무를 연습하고, 걷고, 생각하고, 감정을 지나간다. 어쩌면 깊어지는 잠은 그 모든 것의 뒤처리를 몸이 묵묵히 해내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잠은 많아진 것이 아니라, 건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일정은 단순하다.
11시에는 수학을 배우고
1시에는 모임에 가고,
7시에는 남문 서점에 영화를 보러 간다.


하루가 온통 나를 위해 존재하는 날이다.

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오늘도 나는 머리보다 몸을 먼저 깨워 보려고 한다.

몸통이 조용히 깨어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하루의 끝에서 나는 아마 이렇게 묻게 될 것이다.


오늘 나는, 어디까지 깨어 있었는가.

매거진의 이전글행복의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