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가 없는 삶

결과를 맺기 어려운 삶.

by 정오의 햇빛

운동 방법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운동 방법’이라는 말 자체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은 너무 무지막지했다.
준비도 없이, 계획도 없이, 그냥 덤벼드는 방식.
의지로 버티면 되는 줄 알았다.


몸이 따라오지 않는 이유를 늘 ‘운동은 원래 힘든 것’이라고 단정해버렸다.

그 생각이 깨진 건 의외의 순간이었다.

운동을 하다가가 아니라, 브런치에서 팔로워 수를 늘리는 방법에 대한 글을 읽다가였다.


그 글은 단순했다.
브런치에 글을 냅다 쓰는 것이 아니라,

언제 쓸 것인가

어느 요일에 올릴 것인가

어느 정도 길이로 쓸 것인가

글쓰기 기술 외에도 ‘구조’와 ‘리듬’과 ‘독자의 생리’를 이해하는 기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읽는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연결됐다.


아, 그렇지.
효율이라는 건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그 생각이 곧장 운동으로 옮겨 붙었다.

집에서 AB 슬라이드를 하면 3분도 되지 않아 팔이 후들거리고 배가 땡겨오고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신호가 온다.

그동안 나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운동은 힘들다.
나는 근력 운동 체질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건 ‘힘든 일’이 아니라 애초에 ‘할 수 없는 일’ 아니었을까.


글을 쓰는 일은 쉽다.
왜 쉬운가.

나는 의자에 앉을 수 있고 글자를 읽을 수 있고 문장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할 수 있는 행동들 위에서 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B 슬라이드는 다르다.

그 동작을 버틸 팔 근육도, 가슴 근육도, 코어도 아직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

기초 시설이 없는 몸으로 완성 동작을 수행하려 했던 것이다.

앉을 수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사람에게 책상에 앉아 글을 쓰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정리됐다.


아,
나는 운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니었구나.

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몸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태였구나.

그동안 내가 실패한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어려운 동작부터 시작했고 너무 빨리 한계에 도달했고 뇌는 그 경험을 이렇게 저장했을 것이다.

운동 = 고통
운동 = 회피


사람이 어떤 일을 계속하게 되는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할 수 있는 행동을 반복하면 그 일은 점점 쉬워지고,

할 수 없는 동작을 계속 요구하면 그 일은 점점 싫어진다.


나는 지금까지 운동을 싫어하도록
아주 체계적으로 나를 훈련시키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제 접근을 바꾸기로 했다.

목표는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아니다.
힘들게 버티는 것도 아니다.

당분간의 목표는 단 하나다.

매일 30분, 무너지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몸 만들기.


이를 위해서는 운동 프로그램보다 먼저 운동이 가능한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

집에서,
비가 와도,
일이 많아도,
비용이 들지 않아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구조.

꺼내는 데 10초,
정리하는 데 30초.


후들거리기 직전에서 멈추고, 다음 날 또 할 수 있는 강도.

아주 단순한 전신 절체조라도 매일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정확한 운동이다.


신기한 일이다.

브런치 독자 수를 늘리는 글을 읽다가 나는 내 몸을 회복할 단서를 얻었다.

어떤 글의 효용은 그 글 자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이
내 삶의 문제와 연결되는 순간,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들이 문제의 답을 독서에서 찾으라고 말하는 것이었구나.


오늘,
나는 운동법 하나를 배운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학습의 방식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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