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의미

by 정오의 햇빛

머릿속 생각들을 거듭 살펴보는 것이 의미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내적 탐구는 영상을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신적 집중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쉽지도, 편안하지도 않다.


유튜브의 영상은 다채롭고 즉시 쾌락을 준다. 나를 잊어버리게 하고 현재의 고통과

과거의 기억을 모두 즉시 멀어지게 한다. 그 순간 아주 넓고 찬란한 세상이 펼쳐지고

자유로와짐을 느낀다. 마치 탄산음료를 마시는 듯 상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예정된 즐거움이다. 잠시 미루어둔 현실의 나를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생각을 더듬어 글을 만들어가는 일은 구석구석 털어보는 일이기도 하다.

감정을 만나고 사건을 떠올리고 그 순간의 나를 만나서 바라봐야 한다.

메소드 글쓰기라고 할까.


어린시절 가족들에게 느끼던 나의 감정을 불러오는 일은 고통스럽다.

글로 적어내는 것은 거의 치부를 들추는 것과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가족관계의 복잡함보다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은 수치스럽다.

그때의 감정이 온 몸에 차오르고 여지없이 눈은 그렁그렁해진다.

묻지 못했던 질문들은 꿀떡꿀떡 다시 삼켜지고 목젖을 밀고 올라오는 말은

언어가 되지 못한채 신음으로 흐른다.


글을 쓰고 있노라면 깊은 숨도 쉬게 되고 그 때 하지 못한 말들도 떠오른다.

생각해도 답도 없고 해결되지도 않는 일들. 트라우마적 사건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감정들.

지치고 슬프고 때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계속 머리속의 공간을 차지한채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도 기억도.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

아니면 아직 그 고통을 만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스토리는 달라도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같은 고통이 있다.


그들은 나의 글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있을까? 읽는 재미는 있을까?

읽는 이들은 말이 없으니 알 수 없다.


이 수고로운 기록은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

머리속이 점점 비워지고 그 빈 자리에는 새로운 생각이 드나들 수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상을 보는 소비적 경험과 달리,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점진적이고

깊은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나의 의문을 품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수고롭고 힘들지만 계속 쓸 수 밖에 없다.


이 글들은 나를 위한 글들이기에.

다 털어버리고 가기 위해 쓰는 글이기에.

어느 날 백지같은 눈빛으로 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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