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뇌의 상관관계2

호수에 뜬 눈.

by 정오의 햇빛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마음을 들여다보려 해도 아무것도 건져지지 않았다.


완전한 백지, 아무런 색도 입혀지지 않은 흰 종이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좋거나 싫거나, 쓸쓸하거나 즐겁거나 어떤 감정도 없는, 잔잔한 수면이 펼쳐진 듯한 고요함.


요즘 나는 계속 감정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오늘 아침의 공백은 오히려 나를 새롭게 비추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매일 보따리처럼 던져지던 24시간이 오늘은 없었다.

나와 시간이 장면 속에 함께 들어있는 듯했다.


나는 시간을 밀어낼 필요도 없고, 시간을 붙잡을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저 시간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가슴은 편안했고, 잠자는 동안의 몸도 아주 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편안함은 어쩌면, 내 안에서 밀어내고 있던 나의 나이, 환경, 신체적 쇠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좋아지거나 나아진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의 상태를 밀어내지 않는 느낌, 내 감정과 삶 전체를 억지로 바꾸지 않고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떠오른 이미지는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커다란 눈이었다.

24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 부담도, 감정을 억누르거나 다잡아야 한다는 마음도 없는 거대한 호수 위의 눈.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장면이었다.


그 호수 위에 눈동자가 떠 있는 장면, 그리고 그 호수가 바로 나인 느낌. 나는 호수가 되어, 흐름을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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