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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Nov 01. 2023

얼마나 닮았던지!

 날이 많이 차가워졌지만, 산책하기에 아름답고  분위기있는 계절이다.  나의 운동이란 그저 걷기 운동뿐이지만 요즘같이 아름다운 만추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센치해지기도 하고 여러 현상이나 풍경을 보고 동질성을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데 전생이 있었다면 나는 아마도 칸트의 후손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ㅡㅡ,,


 오늘은 세가지의 표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내가 첫번째로 만난 표정은 족히 여든살은 되어 보이는 할머니의 표정이었다. 지팡이를 의지해 벤취에 앉아 계시는 할머니의 얼굴은  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쭈글쭈글 주름지고 머리는 백발에 숱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표정만은 더 이상 욕심을 부릴것도 아쉬울 것도 없어보이는 평온함 그 자체였다. 인상이 전혀 사납지 않고 평화스러워보여 쭈글쭈글 주름살마저 귀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아직 뭔가 보고 싶은 것이 남아 있는지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셨다.


 두번째로 만나게 된 표정은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아기의 얼굴이었다. 엄마가 밀어주는 유모차에 등을 바짝 기대고 고개를 꼿꼿히 들고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하얀 피부는 보송보송하고  호기심에 가득 찬 까만 눈은 반짝 빛났다.  욕심 낼것도 경쟁할 것도 없어 보이는 순수함의 결정체같은 표정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몇개월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아기 엄마가 "이제 6개월 되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깨끗한 이슬에 말갛게 세수한듯한 세잎 클로버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듯한 강아지풀을 만났다. 자연이 무상으로 내려주는 맑은 이슬을 먹고 밝은 햇살을 받아 자라는 풀의 표정은 이슬처럼 싱그럽고 햇살처럼 맑았다.

 세월의 굴곡과 나이와 시간은 달랐지만, 할머니와 아기와 풀의 표정은 얼마나 닮았는가. 자연과 인간과 사물의 조화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며 나도 저렇게 맑고 온화하고 평온하고 순수한 내면과 표정을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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