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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 Dec 03. 2017

no.13.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같으면서 다른, 누구나 꿈꾸는 영혼의 단짝을 만나다.

브런치 무비패스 세번째 이야기


모르는 사람이예요. 칠월이요? 특이한 이름이네요.


조마조마함, 그늘지고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위로 숨겨진 궁금한 이야기. 


안생! 오랫만이야


돌아오는 길 지하철, 우연히 만난 한 남자가 인사한다.

칠월을 모른다던 그녀의 이름은 안생이다.

황급히 떠나는 그녀에게 명함이 든 지갑을 통째로 내던지는 그는 절실해 보인다.

칠월과 안생, 그리고 이 남자에게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열셋, 운명처럼 우리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칠월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밝은  아이라면 안생은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독립적으로 살아야하는 아이다. 집에 초대하고 함께 잠을 자고 비밀을 공유하며 서로 다른듯 보이는 둘은 그렇게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열일곱. 우리에게도 첫사랑이 생겼다.


명문고에 진학한 칠월과 직업훈련학교에 진학한 안생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오랫만에 만난 둘은 안생에게 처음 생긴 초라한 단칸방이 즐겁다.

앞으로 내집은 모두 네집이기도 해.

안생이 웃으며 열쇠를 건네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설레임 가득한 칠월의 표정을 보고 서운하기까지 한 안생. 하지만 칠월의 첫사랑 가명을 만나는 순간 안생도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셋의 우정이 두터워질수록 엇갈린 운명에 그들의 관계는 더욱  혼란스러워지는데.



스물. 어른이 된다는건 이별을 배우는 것이었다.


칠월은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떠나겠다는 안생과의 이별이 슬프다. 하지만 안생의 목에 걸린 남자 친구 가명의 목걸이를 보는 순간 터져버린 슬픔에 붙잡을 수 없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편지를 주고 받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칠월과 안생.

그와중에 사랑하는 가명을  다른 도시로 떠나보내는 칠월은 아프고 불안하다.




스물 셋. 널 나보다 더 사랑할 수 없음에 낙담했다.


고향을 떠난 안생은 힘들게 살아간다. 반면 칠월은 은행에 취직하여 평온한 삶을 살지만 가명없이 사는 하루하루는 힘겹다. 그만큼 안생과 가명이 그립다.

오랫만에 돌아온 안생과  떠난 여행에서 둘은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았음을 깨닫게 되고 내내 서운했던 감정이 터지고 만다. 뒤늦게 뛰어나가보지만 붙잡지 못하는 칠월은 안다. 결국 너를 나보다 더 사랑할 수 없음을.

나를, 내 사랑을 지키기 위해 그만 떠나보내야 함을.




스물일곱, 너를 그리워 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스물일곱까지만 살고 싶다던 안생과 스물일곱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겠다던 칠월이 마주한 스물 일곱.

인생의 어느부분을 지키고, 어느부분을 잃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것이 열리기도 하고, 다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장 소중한 무엇인가가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그렇게 칠월과 안생은 내가 너이기도 하고, 너가 나이기도 한 하나의 세월이다. 닮고 싶은, 닮아지고 있는, 같으면서도 다른 나의 영혼의 단짝 소울메이트.




여자 친구간의 우정을 그리는 영화라는 것쯤은 예고를 통해 충분히 인지하고  함께 즐기고 싶은 나의 오랜 벗과 관람했다. 따뜻한  감성의 다소 지루할지도 모를 우정영화라는 예상과 다르게 빠르게 전개되는 앞뒤 구성과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대사들로 몰입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탄탄한 구성력과 꼼꼼한 감정터치들이 연기력좋은 배우들과 만나 칠월과 안생의 눈을 통해 우정과 사랑에 대한 시선이 솔직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생각이 생각을 낳게하는 매력적인 이 영화 소울메이트와 생각 넷.


생각 하나. 우정에 대하여.


왜 날 다시 찾아왔어
네게 가장 먼저 말해주고 싶었어.
생각해봤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둘에게는 서로에게 내비치고 싶지 않은 마지막 바닥까지 내보이던 아픔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외면했지만 함께 나누었던 소중한 추억과 감정은 가장 힘든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돌아오게 한다.

우정이란 그렇다. 다시 오지 않을것 같은 시간도 세월과 함께 다시 돌아 오는 것. 시간은 말이 없지만 진심은 통하므로.


생각 둘. 사랑에 대하여.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으면 그 사람은 절대 멀리 안떠난대.

잃고싶지 않은 사람을 두고 그림자를 밟으며 뛰어다니던 선한 눈빛의 칠월이 내내 가슴에 남는다. 사랑이 세월만으로 의리만으로 다 정의될 수는 없지만 그가 있어 빛났고, 그녀가 있어 편안했던 시간들  한컷한컷은 모두 사랑이다.


생각 셋. 가족에 대하여.


여자의 인생은 어떤 길을 선택해도 힘든거란다.
하지만 내딸만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

참 좋은 가정이 있다. 딸의 친구가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일 때 한번 더 쓰다듬어 주고 챙겨주는 따뜻함,

위로하고 네탓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정의로움,

딸이 온실을 벗어나 스스로 갈길을 가고싶다고 했을 때 떠나보내야 할 때를 알고 보내줄 수 있는 참된 용기.

그리고 이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알알이 느끼고 닮고 싶다고 생각해본다.


생각 넷. 삶에 대하여


괴로운 삶을 산다고 불행한 건 아니야.
단지 조금 힘들 뿐이야.

맞다. 행복과 불행은 결코 이분법적이지 않다. 매순간 행복하다가도 실수 한 번에 힘들어지는 순간도 있고,

매순간 힘들다가도 순간순간 행복해지기도 하니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내가 너이기도 하고,
너가 나이기도 한  하나의 세월.
닮고 싶은, 닮아지고 있는,
같으면서도 다른 나의 영혼의 단짝 소울메이트.


이순간 나도 너를 그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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