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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 Oct 23. 2017

no.12. 각자에게 투영된 마음의 진실 - 유리정원

선과 악은 누구의 시선과 함께 하는 지로부터 비롯된다.

*브런치 무비패스 두번째 이야기



 현실적인 무명 작가 지헌과 감성적인 과학도 재연.

영화는 현실에 지친 지헌과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과거에 갇힌 재연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둘의  접점은 어느곳에도 없을것 같았지만 재연이 살았고 지헌이 살고 있는 2층 방은 둘을 연결시키는 유일한 현실공간이 된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둘은 서로 닮은 점이 많음을 깨닫게 되는데...


감성적인 이상주의 과학도 재연



재연은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이다. 열두살부터 자라지 않는 한쪽 다리때문에 느린 달팽이처럼  걷는다. 걸음걸이는 차분한 말투와 어우러져 생명을 중요시 여기고 생각이 깊은 재연의 캐릭터를 반영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익숙하지 않은 것에 조금 답답하고 불편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매개체다.


그런 재연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처음으로 느린 발걸음을 맞춰준 사람, 따뜻한 말투 친절한 태도로  재연이로 하여금 그를 오래 사랑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처음.


대학후배가 재연의 아이템을 훔치고 사랑하는 사람을 훔친사이 재연의 슬픔은 극에 달한다.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을 두고 어릴 때 살았던 유리정원에 과거와 함께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

연구실을 걷던 또각또각 소리의 차가운 울림은 숲으로 돌아온 후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편안한 울림이 되었다. 누가 보아도 불편한 공간 유리정원에서 그렇게 재연은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자연의 한 부분이 되었다.


현실적인 작가 지헌



첫번째 소설을 출간하고도 내내 무영작가로 머물러야 했던 지헌의 고뇌는 아내와의 불화와 함께 더해진다.

존경받는 유명선배작가에게 표절시비를 걸어 자신이 가진 작은 것마저 모두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건강마저 잃게 될 위기에 놓인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재연에게 호기심을 갖고 유리 정원을 엿보게 되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재연과 유리 정원에 관한 소설을 쓴다. 소설은 베스트 셀러에 오르게 되지만 지헌의  욕망은 재연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는데..


순수한 것은 곳곳에서 훼손되고 상처받는다.


순수한건  오염되기 쉽죠


이 문장이 영화의 전체를 관통한다는 신수원 작가의 말처럼 순수한 것은 곳곳에서 훼손되고 상처받는다.

나무가 받은 상처가 재연에게, 재연이 받은 상처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각자의 욕망으로 지헌과 교수가 또 재연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과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하나의 생태계처럼 띠를 이루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하나의 영혼과 같다


또한 타인의 지적인 재산물을 훔치는 것에 대한 분노, 완전하지 않은 몸에 대한 슬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재연과 지헌을 비슷한 관점에서 보게 한다. 어쩌면 그러한 과정들이 재연이 지헌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자신에 대한 소설쓰기를 허락하고  글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확인하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결국 지헌이 선택한 욕망이 또 하나의 화살이 되어 재연을 향했더라도 우리는 쉽게 지헌을 미워할 수 없다. 사랑에 대한 집착과 자신의 신념이 끝까지 옳다고 믿는 재연을 광기어린 과학도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무가 그랬어요. 물이 삼켰어요.
내가 빌었거든요. 영영 숲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선과 악은 누구의 시선과 함께 하는지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재연과 함께 그 숲에 서있다. 그녀가 진정 바랬던 것은 그저 나무와 같은 한 사람의 순수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나무는 다른 나무에게 상처주지 않으려고 서로 비켜 자라죠.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아요.




인간과 인간의 공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이야기 하는 특별한 영화,       

                                     '유리정원'



초록잎 무성한 나뭇잎과 단단하고 심지 굳은 나무. 그 안으로 비치는 햇빛이 찬란하다.  눈이 부시다고 느낄만큼 아름다운 영상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리고 돌아서서 스스로에게 물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으려고 애쓴적이 있는가.

나의 욕망, 나의 바램 때문에 상처받고 상처주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우리는 선과 악 어느편에서 어느 잣대로 재연과 지헌을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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