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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 Aug 19. 2017

no.11. 당신의 인연은 어떤가요 - 더 테이블

오늘 내가 만나는 인연과 나는 어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있을까.

인연을 처음 마주할 때는 각자의 설레임이 있다. 그리고 그 인연을 풀어가는 과정에는 진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훗날 어느 때든 다시 마주하는 테이블에서 추억을 말하고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네 커플의 인연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웃고, 마음을 쓰고, 공감하며 스스로의 인연에 대해서 묻는다.


지금 당신 앞에 놓여 있는 인연은 어떤가요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는 인연.

오전 열한 시, 에스프레소와 맥주

스타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친구 창석

지나간 추억을 곱씹으며 순수한 지난날을 돌아보고 싶었을 유진과 지나간 사랑앞에서 속물이 되버린 창석. 쓰디쓴 에스프레소와 어울리지 않는 맥주 한잔이 변해버린 서로의 모습을 대변하듯, 멀어진 인연이 씁쓸하다.

주위의 시선을 무릅쓰고 다시 보고 싶었던 유진의 진짜 추억은 무엇이었을까.


나 많이 변했어. 너는 그대로인것 같은데.




진심을 다해 시작하는 인연.

오후 두 시 반, 두 잔의 커피와 초콜렛 무스케이크.

하룻밤 사랑과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

4개월 외국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민호는 다시 만난 경진이 반갑지만 경진은 연락 한 번 없었던 민호가 달갑지 않다. 서운함과 반가움이 교차되는 지점 경진은 민호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혼란스럽다. 하지만 보이는 것마다 사주고 싶었다는 민호의 진심과 꺼내어든 물건들은 말할 수 없이 달콤하다.

그렇게 두잔의 커피, 그리고 초콜렛 무스케이크.


나 잘 모르잖아요. 우리 그렇게 서로 알아가요.




위장속에 가려진 진심을 마주하는 인연.

오후 다섯 시, 두 잔의 따뜻한 라떼.

결혼 사기로 만난 가짜 모녀 은희와 숙자

지금껏 결혼빙자 사기를 하며 살았던 은희와 숙자. 은희에게는 엄마가, 숙자에게는 용서를 빌고픈 딸이     세상에 없다. 이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범하게 살고 싶은 은희를 보며 그 시작을 진심으로 돕고 싶은 숙자다. 품어왔던 진심을 위해 또 한번의 거짓으로 포장하는 그들이지만 따뜻한 라떼의 기분좋은 부드러움과 함께하는 편안한 오후 다섯 시. 그 속에 절절한 진심과 따뜻함이 묻어난다.


사랑해서 하는 거예요. 아직까지는요.




이별앞에 놓인 마지막 인연.

비오는 저녁 아홉 시,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 흔들리는 혜경과 운철

꽤 많이 서로를 사랑했을 혜경과 운철은 각자의 선택으로 인해 다르게 살아갈 내일이 아프다. 하지만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법. 성공한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사랑과 결혼 모두 갖고픈 혜경이지만 운철은 혜경을 보내기로 한다. 기회는 있지만 기회를 잡지 않겠다는 운철은 식어버린 커피처럼 이미 지나간 인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는 혜경의 각오는 남겨진 홍차처럼 슬프다. 비오는 저녁, 언제든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인연의 마지막 이별.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




이 영화는 단편 소설을 좋아하던 김종관 감독의 취향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어느 하나의 성격이나 단편을 보여주면서 전체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감독의 글처럼 한 장소에서 둘만의 이야기를 듣고도 무수히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오고 갔다. 그리고 영화의 이러한 새로운 도전이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세상에 하나 쯤은 마음에 담고픈 소중한 감정이라는 생각도 마저 든다.


섬세한 배우들의 시선과 표정 하나하나가 잊혀지지 않고 대사 하나하나 마음 쓰이는 영화.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불빛 고운 야경에, 잠시 감은 눈속에, 가슴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을 잔잔한 이 영화.


              'The Table'


설레임으로 시작했던 인연을 지켜내는 것.
그것은 수많은 노력과 시간 , 그리고 열정으로 이루어진 무수한 과정들의 결과일 것이다.
오늘 내가 만나는 인연과 나는 어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끊임없이 선택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지난 시간들에 예의를 갖추며 충실히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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