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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 Feb 02. 2021

마음이 평온해지는 순간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잼병이었던 나를 무턱대고 프랑스 자수에 도전하게 만든  이 소녀 그림.

나는 이 소녀에게 첫눈에 마음을 빼앗겼다.


"실매듭짓는 방법은 알고 있나요?"

"네!"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이 아닌 예쁘게 매듭짓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팔꿈치만큼 실을 자르는 것도, 실을 한 올씩 빼내어 정렬하는 일도 모두 새로운 배움이었지만  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나는 푹 빠져 있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집중하느라 어깨가 아프고 손마디 마디가 저려 오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따뜻한 차 한 잔, 듣기 좋은 음악과 오고 가는 고운 색 실들, 내 손으로 한 땀 한 땀 완성되어 가는 작품을 보니 그 모든 순간순간들의 평온함과 보람에 가슴이 벅찼다. 어느새 답답하고 힘든 마음의 짐들이 모두 내려놓아 졌다.

그러다 문득 머리가 하얗게 세고 지금보다 더 야윈 손으로 흔들의자에 앉아 바느질과 자수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꽤 근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몸은 구부정하고 눈은 잘 보이지 않고 변해가는 세상에도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나는 처음부터 할머니가 직업이었던 사람처럼 손주의 하얗고 고운 손수건에 예쁜 자수를 새겨 넣고 있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쩌면 지금 누군가가 몹시도 고민하고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그 일들도 흘러가는 세월의 단편 일지 모른다. 그 힘든 순간은 짧기도 하지만 어떤 일들은 삶의 끈을 놓고 싶게 만들 만큼 집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힘든 시간들의 집요함도 세월 앞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날이 온다.

혹여 마음을 괴롭히고 어지럽히는 일이 있다고 해도 어때!
아무 생각 없이 할 만한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하며 작은 보람, 작은 성취감, 그리고 짧은 상상과 나만 알 정도의 흐뭇함이라도.


그렇게. 평온해지는 그 순간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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