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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 Sep 22. 2022

no. 17. 이제 무지개가 뜰 시간

사춘기가 지나간 자리- 사춘기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응원

온전히 부모의 몫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키웠지만 아이는 잘 자라지 않았다.

어쩌면 어딘가에서부터 아주 어긋났는지도 모르겠다.

비뚤게 자라난 줄기는 해를 보고도 반듯하게 자라지 못한다. 대를 끼우고 반듯하게 모양새를 잡아내고 애를 써도 줄기의 힘이 강해지면 연약한 대는 힘을 쓰지 못한다.

내가 참으로 아끼고 소중하게 키웠던 꽃은 대가 부러질 듯 휘어지며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자라나고 있다.

세상 많은 착하고 얌전한 사춘기 아이들을 보며 왜 내 아이는 그렇지 못하는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자책하고 괴로운 시간들. 늘 선택의 기로에서 이렇게 해볼까, 어떤 선택을 해야 더 안전한가, 나는 후회하지 않을까 한없이 망설지만

나는 모든 순간의 선택이 옳다고 할 수가 없다. 그만한 자신이나 배짱도 없다. 자식일을 두고 배포 있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리랴마는.

한없이 꺾어 자라는 나무를 보며 슬프고 아픈 것은..

그만 나는 너와 작별을 해야 할까.

너를 진정 마음에서 내려놓으면 내 마음은 편해질까.

너는 자유를 얻어 행복해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년 전 어느 날 사춘기 딸아이가 한참 내 마음을 아프게 할 때 내 모든 에너지가, 사랑이 모두 고갈되는 것 같아 지치고 힘들었다. 어느 시간부터, 무엇부터 잘못됐는지를 찾느라 지나간 모든 시간 헤매고 있었다. 한없이 슬고 젖은 빨래처럼 온몸으로 울었다. 그렇게 시간이 참 더디게 가는 것 같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엄마, 흰머리가 보이는 게 슬퍼. 오래오래 살아야 해.

나는 엄마 없이는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안아줄래?"

어느 날 흐린 날 위로 무지개가 쨍하게 뜬것 마냥, 언제 그랬냐는 듯 달라진 아이를 본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엄마를 가장 사랑한다는 아이는 내가 눈물로 키웠던 그 아이와 다른 아이는 아니였을까 하는 의심이 들 만큼.

세상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딸. 엄마의 안위를 걱정하고 누구보다 내 마음을 구석구석 이해해 주고 싶어 하는 너는 내 삶의 진정한 보석이었다. 이렇게 귀한 보석을 품으려고 그  많은 시간을 가슴앓이를 했었나 보다.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다음 생이 있다면 또 엄마 딸로 태어나줄래?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내가 받고 자란 사랑보다 더 많이 주었고 내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금이야 옥이야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허탈감, 때로는 배신감까지 드는 게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인 것 같아요.
너무 흔한 말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끝까지 신뢰하고 사랑으로 보듬고 있을 때 아이의 마음은 그 품으로 반드시 돌아올 거예요. 어릴 적 순수하고 사랑스러웠던 그 아이가 맞으니까요. 세상의 모든 부모를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제 무지개가 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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