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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 Oct 05. 2023

감정과 감정이 오고 가는 길목

그 길 어디쯤 서성이다 안부를 묻는다.

쓰고 싶은 글이 있다는 건 여러 감정이 있다는 것.

요즘 말할 수 없이 여러 감정들이 내 안에서 오고 간다.

묻고 대답하기를 반복한다.

순간에 대한 간단한 가치부터 삶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어느새 훌쩍 지나간 시간들이 수없이 문을 두드린다.

생각과 고민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오늘만 살 것처럼 굴다 다시 마주하고 싶은 감정들이 생겼다.  

내 안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살피고 안아줘야지.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 가족들을 더 많이 보듬어 줘야지. 그렇게 오늘 더, 내일은 조금 더 뜻깊게 살아야지.

역행자의 책에서 매일 2시간씩 2년을 읽고 쓰기에 매진하면 지능이 높아진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 열심히 쓰다 보면 적어도 치매는 걸리지 않겠다.


그리고...


매일 아빠의 안부를 묻는다.
아빠는 지금쯤 어느 시대를 살고 있을까.
이번에 아빠를 보러 가면 내 눈을 봐줄래? 나와 눈을 마주치고 웃고 두 달 전 그날처럼 나를 꼭 안아주기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아빠. 나도 하루를 또 열심히 살아볼게.
아빠도 있는 힘껏 먹고 숨을 쉬며 조금 더 힘을 내줘.
그리고 언제든 한 번만 더 나를 한없이 사랑한다고 말해줄래?
다음 생이 있다면 아빠의 아빠로 태어나 내가 마음껏 먹이고 입힐게.
하고 싶던 공부를 오래오래 끝까지 할 수 있도록 학교도 보내고,
동생들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외동으로 키울 거야.
그러니 아빠. 살아요. 우리가 아빠의 체온을 느끼고 보듬고 볼을 한 껏 비빌 수 있게 조금 더 살아주세요.


치매진단 2년여 만에 아빠는 걷지 못했고 말을 잃어버렸으며 스스로 식사도 어렵게 되었다.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고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겨워보였다.

 이 모든 것들은 예상치 못한 속도와 방법으로 위태롭고 슬프게 닥쳐왔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삶은 누구나 유한한 것으로 그렇게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과 우리 모두에게 닥치는 가장 큰 고통은 어떻게 그 삶을 마감하느냐에 따른 내용에 있다는 것.

그러므로 어느 병과 죽음이 슬프지 않거나 고통스럽지 않겠마는 치매 환자가 겪는 애처로움은 여느 병과 견줄 수가 없을 것 같다.

한없이 사랑했고 삶의 전부였던 가족과 언제가 마지막인지 모른 채 기억과 이별했다는 것, 그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린 아빠의 지난날들이 아파왔다.

우리 모두에게도 언제든 찾아지도 모를 간.

그러니 오늘 더 즐겁게 살자.

했어야 할, 하지 못한 이라는 후회가 없도록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들을 실천하면서.

크고 작은 행복감사하며 살자.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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