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이 즐거운 이유
엄마는 글 쓰는게 그렇게 좋아요?
열두살 아이가 묻는다.
"응 좋아."
"왜요? 왜 글쓰는 일이 좋아요?"
글쎄. 하고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어서일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뿐만 아니라 남이 하고싶은 얘기도 대신 할 수 있잖아.
A라고 얘기할것도 A'나 A'"쯤으로 돌려돌려 마음을 다듬어 줄 수도 있으니까.
내가 어떤 마음을 전달하고 싶을 때 가장 합리적이고 둥글둥글하게, 예쁘게 내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지. 말은 아무리 연습해도 잘 정리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글은 여러번 다음어서 실수하지 않고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거든.
그리고 그런 마음들을 다 기록할 수 있잖아.
살다보면 내맘 같지 않은 일들 때문에 속상할때도 있고 반성이 필요한 순간도 있으니까.
또는 내가 얻게된 작은 배움들을 정리하여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잖아!
엄마도 사람들의 칭찬이 좋을때가 있어.
-이런 글을 읽어보니 나에게 이런 도움이 되었어. 나도 그렇게 해볼까봐. 너의 그 글이 큰 힘이 되었단다-
하는 이야기들은 부끄럽지만 때때로 어깨가 으쓱해지고 배시시 웃음이 날만큼 기분좋은 일이란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건 엄마 스스로 성숙한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가질때야.
글을 쓰고 생각하고 또 글을 쓰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그냥 어른이 아니라 나와 타인, 친구, 가족, 사회에 대해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끊임없는 훈련이지.
엄마는 그냥 그 느낌이 좋다.
피아노 교본 바이엘에서 체르니로,
바이올린 교본 스즈키 1권에서 2권으로 차근차근 올라가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하면 알겠니?
그래서.
엄마는 글을 쓰며 살고 싶어.
살면서 느꼈던, 알게 되었던 모든 것들을 남기고 싶고,
해탈은 어렵겠지만 고통의 순간도 너그러이 넘기는 성인이고 싶다.
아이들에게,
흔들리는 청춘에게,
열심히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냥 작은 희망이고 싶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
내가 하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고 더 넓은 혜안으로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는 날이.
꿈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너도 최선을 다하자!
내일은 더 멋질테니까.
더 멋지게 너를 응원하지 못해 미안해.
때때로 엄마가 어른이니까 더 성숙한 사람인것처럼 혼자있고 싶다는 너의 말에 공감해주지 못한것도 미안해.
인생은 좋은일들만 일어나지 않으며
궂은 날씨, 험한 산행 같은거라
시시때때로 너를 괴롭히겠지만
그 때마다 더 굳게 다지자.
그래도 글을 쓴다는건 정말 멋지지 않니!
내 감정만 앞세워 너의 마음을 다 보듬지 못한 오늘을 반성하고 이렇게 사과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