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필요는 없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할 수 없어요. 어느 날 보니 여기저기 거절하지 못해 쌓여있는 할 일과 과제물만 가득했어요. 어느날은 거절하지 못한 제 자신을 탓하며 잠도 못자고 그 일을 대신해주고 있었죠.
그것이 제가 원하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멈추고 싶었어요. 평생 이렇게 살 것을 생각하니 너무 두려워요.
맞다.
거절은 힘들다.
하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내맘과 다르게 승낙하고 돌아서서 1분만 지나도 안다.
관계에 있어서 거절은 정말 힘들지. 상대방이 나에게 중요한 존재일수록 영향력이 있을수록 더더욱 힘들어지는게 사실이야.
하지만 상대방은 너만큼 그 사실을 알아주고 기억해주지 않는다.
네가 시간을 대신 쓰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으로 고통받고 힘들게 이루어 낸 결과물이라는 것을 너만큼 알지 못해.
그래서 너도 거절잘하는 B가 거절못한 너보다 인정받는 모습에 화가 났던적도 있었잖니.
물론 모든 일들, 모든 관계에 있어 여과없이 거절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야. 너와 정말 친한 친구의 일을 돕는다거나 거절하지 못한 그 마음이 어쩔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니까.
후회는 없지.
오히려 너를 더 풍요롭게 할거야.
하지만 원하지 않은 것을 그 순간 거절하지 못해 떠맡게 된 일은 달라.
한 번, 두 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지치고 힘들어지며 그 일에 대한 성취감이나 어떤 가치도 둘 수가 없어.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내내 더해지는 후회는 너를 더 힘들게 할거야.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
이 또한 선택이지.
거절을 할까 말까.
자. 이때 이로움 따위는 생각하지 말자.
내가 이 일을 했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될까, 부탁하는 사람이 나를 알아줄까.
불행히도 no다.
당신의 거절하지 못한 순간만큼이나 상대의 고마움은 잠깐일 때가 많다. 때로는 그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 상대방의 푸념까지 들어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만큼만, 내가 감당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만 당당하게 해줄 수 있다고 말하자.
남녀사이, 친구들과의 문제에 있어서도 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하느라 내 영혼까지 내어놓는 일은 하지 말자.
거절은 잠깐 그 순간이지만,
원하지 않는 승낙으로 고단함과 후회는 오래간다.
거절에도 요령이 필요해.
이만저만한 이유로 들어줄 수 없음을 잘 설명하면 돼. 거절못하는 너는 진땀 좀 흘리면서 그 얘길 꺼내겠지만 너의 미안한 표정과 정중한 거절만으로도 상대방은 충분히 이해해 줄거야.
그 순간은 힘들었지만 돌아서서 다행이다 싶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