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sa J Aug 03. 2016

no.4. 끝나지 않은 수다 - 디어 마이 프렌즈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생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살까, 무엇을 위해 살까.

나는 언제쯤 지금 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번뇌의 문턱에서 마주하는 우리 모두의 현재이자 미래를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가 있다.

 그리고 여기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으며  숱한 사연의 시간들을 건너온 8명의 꼰대가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로 이 드라마는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일 수도 있고 나와 당신일 수도 있으며 친구와 친구일 수도 있는 그런 우리들의 이야기 말이다.




희자와 정아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누구나에게 있지만 또 누구나에게 없을 수도 있는, 나일수도 있고 내가 대신일 수도 있는 그런 친구말이다.

  뺑소니를 자백하러 가는길 서로 자기 잘못이라며  자백을 하겠다며 옥신각신한다. 남편이 있는 정아를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며 뺑소니를 뒤집어 쓰려는 희자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새벽 3시 요양원에서 날 구해달라는 희자의 전화를 받고  내가 지금 갈게, 기다려! 하는 정아의 모습도 아름답다. 치매에 걸린 친구를 찾아헤매는 모습도, 하나하나 다정하게 알려주는 친구의 모습도 절절한 감동이다.


희자야, 거기 꼭 있어. 내가 갈게!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다. 보고 또 봐도 늘 즐겁고 따뜻한 친구, 안보면 보고 싶고 생각나는 친구, 내가 우울할 때도 기쁜일이 있을 때도 마음껏 보듬어주고 박수쳐주는 친구.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 그 어떤 고뇌의 길앞에서도 내 손을 잡아줄 것 같은 친구. 그래서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친구.

 무슨일을 하고자 할 때 모든 일은 그에 걸맞는 시간과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그 다음번 기회에서는 조금 더 많은 것을 양보하고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




또 다른 친구 난희와 영원.


  잘나가는 여배우 영원은 난희와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영원의 친구가 난희의 남편과 바람을 피워 난희와 틀어진지 오래다. 그런 영원을 미워하며 냉정했던 난희도 친구의 아픔에 무너지고 만다. 영원은 지금 네번째 암투병중이다.


너 화났는데 이거 빌미삼아 나 동정하느라고 화병날까봐.


그리고. 지금. 난희도 아프다.


  우리는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언어나 글을 사용한다. 때때로 어떤 진심은 그 무엇으로도 전달하기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진심은 언제든 통한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진심에는 여러 갈래가 있어 미처 다 바로 헤아리지 못할 진심도 있는 것이다. 당신의 정성과 시간에는 진심과 에너지가 있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 진심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순간은 분명히 온다.




완이와 난희.


 사는게 힘들고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어 자살을 결심한 난희와 그 딸 완이.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모든걸 이해했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감정으로 얼룩져 토해내는 자신에 대한 분풀이의 대상 엄마는, 모든지 다 안아줄 것만 같은 이 세상유일무이한 존재의 위엄이지 않을까.


왜 너는 30년동안 묻어둔 그 얘기를 이제야 이렇게 미친년처럼 터뜨리는건데.
너는 그 때도 엄마를 이해했고 지금도 엄마를 이해해.



무엇이든 엄마가 시키는대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제 인생다살았다는 선고를 받은 엄마의 병앞에 친구처럼 살걸, 더 많이 사랑할걸 후회하며 사랑도 버리고 엄마만을 바라보는 완이다.


엄마. 신이 엄마라는 존재를 만들 때 어떤 색깔로 만들었을까. 평생을 두고 지키고 싶은 존재, 그 무한한 사랑과 따뜻함에 지위도, 가난하고 부유함도, 크고 작음도 그저 자식일 뿐임을. 잃고나면 가슴치듯 슬픈 이름인줄 알면서 살아생전 다른 것들이 귀해 다 돌아보지 못하는. 엄마. 엄마.




연하와 완이. 사랑은 그들처럼.


내가 먼저 사랑하고 죽도록 사랑한다고 고백해서 결국엔 내 남자로 만들고, 비가오나 눈이 오나 영원히 함께하자고 철썩같이 맹세한 남자를 사고 이후 뒤도 안 돌아보고 차버린 냉정하고 비정한 여자. 모두 맞는 말이지만 내 인생을 그렇게 한 줄로 정리해 버린다면 나는 정말 외로울 것같다.
- 완


 아픈 연하를 볼 자신이 없었던 완이는 슬로베니아에 연하를 두고 도망친지 3년. 서로를 그리워하고 여전히 사랑하면서도 너한테 다시 갈 수 없다는 완이. 엄마의 희망처럼 살고 있는 완이는 엄마를 혼자두고 갈 수가 없다.


안되도 해! 장애인은 안된다는 엄마에게.
엄마! 연하는 포기를 몰라요
라고 말할 수 있게.



  세상의 모든 연인은 안다. 헤어져봐야 그 사람이 내게 주었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그리고 시간을 내둘러 가치를 깨닫는데 보낸 고통의 시간들은 사는 내내 용기와 인내심과 잔잔한 감동을 준다고. 설사 그것이 그들만이 알고 있는 하나의 헤프닝이라 할지라도 비온 후 땅이 더 단단하게 굳는 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가족, 친구, 사랑과 우정. 


사는데 꼭 필요한 모든 감정을 아우르는 인생작이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들을 두고 대비할 수 있어서, 내 주변을 돌아보며 꿈꿀 수 있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고 보고 나서도 가슴 뭉클함이 사라지지 않는 드라마다. 더 늦기전에 감사함을 전하리라, 더 늦기전에 두 손 꼭 잡고 여행도 가야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오늘도 한걸음.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왜 나는 지금껏 그들이 끊임없이 죽음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고 생각했을까.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그 길 더 초라하게 가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너무나도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내고 있는데. 다만 소원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조금 더 오래가길. 아무런 미련이 남지않게 조금더 오래가길.      - 완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no3. Me before you - 미비포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