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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 Feb 08. 2017

값진 야경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더샤드 후통

런던, 파리 여행기 #2

런던에 가면 꼭 가봐야 한다는 핫플레이스 더샤드 빌딩.

그리고 더샤드 35층에 위치한

차이니즈 레스토랑 후통.

예약제로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인 데다 드레스코드까지 맞춰야 한다니 아이 둘을 데리고 가기에 부담스러웠지만 런던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해 주저없이 예약을 했다. 3달 전부터 예약을 받아 예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랬는데 다행히 평일 디너 예약으로 1주일 전에도 예약할 수 있었다. 겨울비수기라 그랬는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지만 사람은 점점 많아졌고 풀북이었다.

후통은 더샤드 건물은 본관 1층 입구에서 가방 및 외투 검색대 통관까지 마치고 엘리베이터로 이동한다.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에 우리는 목소리마저 작아졌다. 3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건장하고 말끔한 직원에게 레스토랑까지 안내를 받았고 입구에 들어섰을 때의 풍경은 감격 그 자체였다. 한층 더 계단을 오르며 아래층까지 펼쳐지는 파노라마 야경에 눈을 떼지 못한 채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 건강한 모습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우리 셋 행복한 마음을 안고 함께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후통에서 내려다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복층구조로 아래층까지 이어지는 통유리로 바라보는 파노라마뷰가 아름답다.


"옷 맡기겠어요?

"네"


옷을 맡아주고 번호를 주며 나갈 때 찾아가면 된다고 하는 직원의 말에 대답은 건성건성.

"너무 멋지다! 진짜 멋지지?"

"애들아, 사진 찍어야 돼!"



그때 보았지. 엄마는 너희 눈에 담긴 수많은 불빛들도.
그리고 또 보았지. 엄마가 느낀 것만큼은 아니어도 너희 심장이 쿵쿵 거리고 있다는 걸. 환희고 설렘이고 감동인 그것을.
우리는 함께 보았지. 우리가 무엇에 감사하고 어떤 꿈을 꿀 수 있는지.


"창가 쪽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있으니 안쪽에 있는 창가 자리로 안내할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대!" 기대했고 신이 났다.

분위기에 취한 아이들의 뒷모습은 이미 어른이었다.

발걸음은 가만가만,

말소리는 소곤소곤,

눈은 초롱초롱.


창가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말에 기다리며 기대했고 신이났다. 분위기에 취한 아이들의 뒷모습은 이미 어른이었다.


안내받은 자리는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장 안쪽 창가 자리였다. 아이들을 위해 마련해준 자리에 감사했다. 저녁시간이라 주변에는 모임인듯한 테이블이 많았고 어린이는 거의 없었다.

템즈강 주변의 대부분의 핫플레이스가 보이고 저 멀리 런던아이도 보인다. 쉴 새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딸아이의 수다도 즐겁고 진중한 아들의 관찰과 잔잔한 마음 씀씀이에도 뿌듯해진다.


테이블에서 바라본  야경

내게 기억에 남는 야경은

세부 탑스 힐에서의 야경,

홍콩에서의 야경,

도쿄에서의 야경,

오사카 메리어트에서 바라본 야경,

그리고 이 날 런던 더샤드의 야경.

각각의 무수한 사연과 그래서 만들어진 추억이 비교 불가한 풍경을 만들어내지만 객관적인 위너는 런던의 더샤드다.

더샤드 전망대의 입장료는 약 30파운드(한화 45,000원)로 너무 비쌌기에 조금 낮은 층수지만 더 가까이 야경을 볼 수 있는 같은 건물 레스토랑을 추천한다는 게 사람들의 논리였다. 그리고 나도 이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고 식사를 하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야경을 천천히 음미하며 실컷 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되었다.


후통은 테이블 인원에 따라 제한시간을 두는데 우리는 3명이라 이용시간은 6시부터 8시까지.

초과시간에 따라 30분마다 차지가 있으니 우린 딱 8시까지만 보기로.


양고기딤섬은 실패였지만 볶음밥도 칠리새우도 맛있었다.


물도, 음식도, 와인도 비쌌지만 계산하고 나오며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였지만 와인도 마시길 잘했다.


"음. 와인 한잔 마시고 싶은데 너무 비싼 것 같아. 마실까 말까?"


와인 메뉴를 달라고 하고는 10분째 고심 중인데 딸아이가 말한다.

"엄마! 그렇게 마시고 싶은데 마셔요! 전 엄마도 하고 싶은 걸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들이 답한다.

"얼만데요? 에이, 얼마 안 하네. 그냥 마셔요."


덧붙여 딸아이의 듣기 좋은 효녀 발언에 뭉클함이 절정에 이른다.

"엄마, 내가 다음에 어른되서 엄마랑 꼭 여기 다시 올 거예요. 그리고 와인도 한잔이 아니라 한병 사줄거구요. 엄마가 먹고 싶은 거 다 사드릴게요.

그러고 나서 이 건물의 비싸다던 그 호텔에 가서 우리 둘이만 자요."


그 순간 부자가 아닌 것도 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모르겠지. 와인 한 잔을 두고 고민할 때 자식이 주는 달콤한 선물을.



이 말을 듣고 싶어 일부러 오래오래 와인 한잔을 골랐는지도 모르지만 백만 불짜리 와인이 이만큼 달콤하고 근사할까.
엄마는 너무너무 행복했다. 너희 꿈도, 다짐도 술술 나오게 하는 이 장소가 마법 같았다. 와인 한잔에도 감사했다.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너그러움과 슬며시 손을 잡아주는 따스함이 있는 너희가 엄마의 아들이고 딸이어서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어


화장실  통유리로 바라보는 야경조차 예쁜 이 곳


오늘 이곳에서 나눈 우리의 모든 것들이 살면서 내내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기를,

마르지 않는 에너지이길 바래본다.

 

영수증 가져다 주는 케이스가 너무 고급져서 한바탕 또 웃음.            즐거움으로 시작해서 즐거움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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