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갑자기 전력질주를 하는 것 처럼 느껴질 때.
한 달, 두 달, 세 달.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올해의 남은 시간들을 세어 본다.
살날이 살았던 날보다 많이 남았다고 허둥지둥 보낼때는 몰랐다. 그 시간 어떻게 보냈어야 했다고, 또는 앞으로 어떻게 보내고 싶다고.
누군가 나이를 물을 때 스스럼 없이 답할 때는 몰랐다. 그 나이가 부끄럽지 않을만큼 덤덤한 어른이 되어야 함을.
잘 아프지 않고, 난 젊으니까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때는 몰랐다. 기운 없음이 모든 일에 주저하게 됨이 마음속 열정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님을.
그렇게 또, 큰 언덕 하나를 넘어간다.
멀게만 느껴졌던 그 시간이 덜컥 내 앞에 나타나
넌 여전히 건강한지,
그래서 그 열정이 아직도 대단한지,
당당할 수 있는지,
마음도, 품은 꿈도 여전히 푸른지
물을 때.
지금 이 순간. 주저하는 나를 보며
지금껏 무엇이 나를 단단하게 했는지 돌아 보았다.
시간이 갑자기 전력질주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내 나이가 낯설어질 때, 비단 나만 우울한 것은 아니리라.
올해의 남은 시간들을 어떤 시간들로 채울지 행복한 계획들을 세우며 나에게 위로를 보낸다.
나이듦이 주는 작은 우울함은 그만 떨쳐버리기로.
좀 더 건강해지고, 좀 더 단단한 마음으로 가족과 학교의 아이들을 돌보며, 가슴에 품은 꿈은 꿈대로 그렇게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 보기로.
이 가을이 살면서 꼭 마지막인 것처럼 가장 멋지게, 풍요롭게 보내보기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옷깃을 날리고, 나뭇잎이 사각거리며 부딪치는 소리를 낼 때. 기분좋은 공기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살갗에 닿을 때. 눈을 감고 행복하다 행복하다 중얼거리고 나면 세상 모든 것이 다 내 것인 것처럼 행복한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