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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Jul 17. 2024

왼손 발이 준 선물

10화 : 대인기피증이 오다


 왕따 배신 직장생활에서 직원과의 불화의 경험과 상처는 내 머릿속 지우개라는 영화제목처럼 지워 버리고 싶은 추억이다. 나의 뇌전증 증세로 만약 치매가 와서 가장 먼저 삭제하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직장 생활에서 인간관계 상처 들이다.


공금횡령 했던 그 직원은 2년 후 퇴사를 하고 새로운 직원을 뽑기 위한 과정이 시작되었다. 팀장님께서 좋은 직원으로  채용해 주신다고 약속을 하셨지만 믿었던 팀장님께서는 사무실에 필요한 인력을 나의 직원으로 채용하고 퇴사하고자 했던 직원을 팀장님께서 1년 남은 시각장애인으로 대체하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사실 확인을 위해 팀장님께 찾아갔지만 팀장님은 나에게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한 부분이었고  시각장애 직원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나를 설득하고 같이 일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나도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 직원과 함께 근무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업무 특성을 고려했을 때  나를  배려하지 않은 인사였다고 판단되었다. 그때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리더의 자리에 입장에 서보니 돌이켜보면 팀장님 입장에서 그게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팀장의 자리도  어렵고 힘들었겠구나 라는 마음은 나중에 이해하게 되었다. 그때는 팀장님의 결정이 서운하였지만  받아들였다. 그렇게 시각 장애인 직원과 함께 근무하기로 결정되었고  그 직원과 대화하였을 때   직장 생활에서  인간관계 문제로  힘든 일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배려하며 지내기로 다시 마음을 먹었다.  나와  다른 장애이지만 장애라는  같은 처지의 입장에서  그 직원이 불쌍한 마음이 들어 잘해주고 싶었다.  세 번째 직원은  실수가 잦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했기에 그걸로 만족하고 그 실수는 다 내가 커버하며 문제없이 근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래도 나의 배려가 부족했던 걸까?


공금횡령한 직원 때문에 내 사비로 돈을 메꿔갔고 안정되게 일할 때쯤 그 시각장애인 직원과 일하기를 바랬지만 계약 종료로 퇴사를 하게 되었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회사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직원은 우리 회사 부서를 상대로 상위기관에 민원을 넣어 내가 공금횡령 하고 있다며 문제 있으니 조사를 하라는 통보가 내려졌다. 내가 분명 사전에 전 직원이 사고 치고 내가 수습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는데 나를 의심한 것이다.  급작스럽고 당혹스러웠던 나는  정신없이 찾는 우리 부서와 감사팀에 부름을 받고 올라가 팀장님과 독대하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근무하면서 부끄럽지 않게 일했던 내가 왜 이런 상황의  휘말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직원 때문에 내가 누명 썼지만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억울함을 증명하였다.


 지은 씨. 정말 힘들었겠군요, 고생 많았어요. 회사에서 도와준 게 없어서 미안합니다.


감사팀장님의 이 한마디로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조사하는 과정을 겪으며 무너지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시각장애인 직원과의 추억은 그렇게  정리하며 다시 회사생활의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우울증이 있었던 나는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고 모든 시각이 점점 악해지며 사람도 다 보기 싫고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을 경계했다.  매일 반복되는 회사출근이 감옥 같아  눈을 뜨고 나면 꿈이길 바랬다.



어떻게   저렇게 지낼 수 있지?


화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직장 동료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직원 여자 동료와 함께 웃으며 식사하러 가는 직원 팀장님 국장님과 스스럼없이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나는 그저 신기할 뿐이었고 그 모습은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매일 고객에게  웃으며 업무 할 때마다 가면을 쓰고 삐에로 같은 웃음을 지으며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가면이 나에게는 너무 버거워서 벗어던져 버리고 싶었는데..  나만 빼고 사회생활, 인간관계 문제없이 지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회사에서 감정노동을 하고 난 후 에너지가 바닥이 되어 그냥 혼자 멍 때리며 집에서 반나절을  보냈었다. 친구도 사람도 만나기 싫었다.  친구 만나봤자 내 앞에 처해진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깐 이렇게 사느니 회사를 그만두거나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만 했다. 밖에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나였는데  내 마음에 아무런 의욕이 나질 않았다.


   절대 회사에서는 친구를 사귈 수 없는 곳이야.  


단정 지으며  살아갔던 적이 있었고  마음의 문을 닫으며 지냈었다.  그  인간관계 실패의 기억은 나의 마음을   아프고 치욕스럽게 했던 기억들이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 지워버리고 싶은 경험이지만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었으며  그 상처들을 통해 못난 부분이 다듬어지고 성숙되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또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인간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내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과정임을 느끼게 되었다. 누구나 실패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더 큰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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