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편마비 장애가 있습니다.
나는 뇌병변장애인이다. 편마비가 있어 오른쪽의 기능이 왼쪽과 다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왼손잡이였고 모든 일상생활을 왼손으로 사용했다. 양손으로 사용해 본 적이 없어 한 손 사용이 불편한걸 크게 어려움으로 받아들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가끔 오른손을 쓰려고 사용하면 일을 더 벌려 놓아 왼손이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을 더 만들어 오른손을 내 의지 대로 쓸 수 없는 게 불편했다. 운동을 해도 낫지는 않아 반복되는 운동이 내 마음을 지치게 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 악화 된다는 것을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그때 계속 오른손을 사용하고 꾸준히 운동도 했으면 지금 왼손의 수명이 길어졌을까? 싶은 후회가 아직도 가끔씩 밀려올 때가 있지만 지나간 일들을 돌이키며 자책하는 것보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 나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20대 후반까지 내 몸이 건강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몸의 상태를 30대 중반부터 느끼면서 장애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건강해야 하는 이유와 나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가게 되었다. 그 당시 30 대중반도 젊고 건강한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건강은 내가 지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그리고 식습관 음주 등등 문화가 나를 잘 돌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그러한 문화에 우리는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나는 음주와 담배를 하지 않았지만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바르지 못한 식습관으로 내 몸을 돌보지 않았고 노화속도가 비장애인보다 더 빨리 올 수 있음을 간과하며 비장애인들과 다름을 인식하지 못해 오른쪽 재활보다는 내 입맛에 맞는 생활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생활을 하며 나의 아킬레슨건을 무시할 수 없고 다름을 몸으로 느끼며 아픈 무게가 크든 작든 동일시보면 안 된다는 이유를 나는 절실히 느꼈던 것 같다. 왼쪽도 근육이 많고 건강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과도한 한 손 사용과 퇴행은 결국 어깨손상으로 까지 왔고 몸 전체가 굳어지고 과도하게 틀어지므로 인해 몸의 통증이 왔다. 그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한 시간이 꽤 걸렸고 지금 현재는 왼손을 무리하게 사용할 수 없어 나라의 도움받으며 지내고 있다.
왼손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때부터 아픈 오른손을 사용하는 습관을 계속 생활화하려고 했다. 그때 느꼈던 것이 있었다면 오른손의 아주 작은 도움이 큰 도움으로 느껴졌다. 그동안 왼손이 참 많은 일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수고한 손을 나 스스로 어깨를 토닥토닥 만져주고 싶었다. 아직도 다 호전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꾸준한 재활치료와 왼손의 적절한 휴식을 병행하며 일상생활을 할수 있도록 바쁜 생활에 있지만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몇 년 전 펜을 잡는 것 자체도 부담스러운 적이 있었다. 쓰지 않아도 손가락까지 아파 글씨를 쓴다는 것은 나에게 꿈같은 일이었다. 그런 나에게 글과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던 고마운 동생이 있다. 그 동생을 통해 내가 음성을 이용하며 글을 쓸 수 있었고 또 캘리그라피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난 그 동생이 하나님이 주신 만남의 통로라고 믿는다. 그렇게 나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과 고비들이 왔지만 내가 주어진 상황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혼자만의 싸움을 하며 회복의 시간을 견디었다.
그런 도중 펜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교회를 통해 오게 되었고 글씨를 쓰며 내 마음이 회복되는 경험과 비전을 갖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붓을 잡을 수 있게 된 지금 현재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4년 전에는 펜을 잡아보는 시도를 아예 하지 않았고 3년 전에는 제노붓펜(단계를 따지자면 쉬운 1단계)을 잡아 엽서를 써 보는 시간을 한달간 갖을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1년이 지나 쿠라타케붓펜(2단계)를 잡아 잠시 연습을 했었다. 그리고 현재 붓(마지막 3단계 )을 잡아 이제 본격적인 수업을 들어보게 된 것이다. 사실 또 무리한 연습으로 손의 통증이 오지 않을까? 하는 부담을 안고 가야 하지만 이제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한 손으로 쓰고 생활하며 캘리를 시작한 이후 오른손이 더 굳어 근육을 풀어줘야 하며 반복적 재활훈련을 더 강하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난 10년이 걸리더라도 아니 평생 죽을 때까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내 수준과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내가 지금 이러한 꿈을 갖게 될 줄 상상하지도 못했지만 이 시간이 오기까지 돌아보면 어렵고 힘들게 이 길을 온 것 같다. 그래도 나에게 모든 시간은 소중하다.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 현재가 있고 미래도 꿈꿀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