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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유 May 11. 2019

어쩌다 사장, 경영의 뼈대를 세우다.

기업의 사명과 목적, 목표라는 비전체계가 분명해야 전략이 나온다.

약 3개월 동안 피터 드러커 경영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는 동안 익힌 지식과 간접 경험을 토대로 우리 브랜드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부분이 바로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 나아갈 방향, 목적지, 목표 등 소위 말하는 기업의 비전체계를 세우는 일이었다. 앞으로 언급하게 될 기업의 전략부터 디자인, 채용, 제품, 마케팅, 성과관리, 고객관리까지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일관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사명과 목적, 목표라는 비전체계를 확립하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물건 팔기에 급급한 나머지 이런 고민과 골격을 세우는 과정을 무시하고 바로 '어떤 제품을 시장이 원하는가',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가', '어느 브랜드가 잘 되는가', '해당 업종의 트렌드는 무엇인가'에 매몰되어 차별성도 진정성도 절실함도 없는, 나도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브랜드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로 인한 문제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스토리가 있어서 스토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팔기 위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이런 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채용된 브랜드 마케터는 스토리가 없는 브랜드에 진정성 있는 가짜 스토리를 입혀야만 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있던' 스토리의 탤링이 아닌 

'없던' 스토리를 메이킹해야 하는 웃픈 상황



이와 비슷한 상황은 디자인으로까지 이어진다. 요즘도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너도나도 브랜딩 열풍이 불어 근사한 CI, BI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여기서도 말 그대로 우리 회사의, 우리 브랜드의 Identity 없이 CI와 BI 제작을 요청하는 웃픈 사례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인재 채용으로까지 이어진다. 모든 사장들의 공통된 희망 사항이 있다. '인재를 채용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인재를 정확하게 알기도 쉽지 않거니와 인재 채용이 쉽지 않은 이유는 '인재가 왜 하필 우리 회사에(브랜드에) 와야 해?'라는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이 모두 어디에서 오는가. 그건 바로 비전체계의 부재, 즉 경영의 뼈대가 없기 때문에 오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시장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가'를 고민하기 전에 '나는 왜 우리 브랜드를 만들었나'부터 시작해 '우리 브랜드는 무엇인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 '향후 우리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우리 브랜드가 잘 되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해야만 한다. 이 질문들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노트를 펴면 줄줄 써내려 갈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비전체계 만들기

그 첫 번째, 우리 브랜드의 사명


영어로 Mission 이라고도 하는 사명은 단어만으로는 참 어렵게 다가오지만, 결국 우리 브랜드의 존재 이유 또는 우리 브랜드가 지향하는 절대 불변의 가치를 의미한다.


우선은 Mission Statement라고 하는 사명문을 편안하게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길게 적어보고, 최종적으로는 티셔츠에 들어갈 정도의 짧은 Campaign 문안을 추출하면 끝이 난다. 작성할 때 당시 내 경험에 따르면 사명은 조금은 심쿵하는 요소가 들어가면 좋다. 딱딱하고 이성적인 부분들은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수립에서 충분히 이성적으로 적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 사명문만큼은 나는 물론이거니와 누군가의 가슴을 설레게 할 수 있는 형식이길 추천한다.


몇몇 기업들의 사명을 공유해보면 아래와 같다.


아모레퍼시픽

아시안 뷰티의 가치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류의 영원한 꿈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스타벅스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더 풍요롭게 한다. 이를 위해 한 분의 고객, 한 잔의 음료, 하나의 이웃에 정성을 다한다.


파타고니아

우리의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구글

세계의 정보를 정리하여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하고 유용하게


4년 전 내가 작성했던 우리 브랜드의 사명문(Mission Statement)은 아래와 같다. 


1999년 창업 이래, '내면으로부터의 건강한 아름다움'을 전하겠다는 일념으로 '소년의 아름다움을 노년까지(少美老)'를 실현하기 위해 바른 경영을 실천해왔습니다. 소미노는 한국의 발효 문화에 깃든 건강한 먹거리와 문화적 풍요로움을 현대적으로 제시하여 웰에이징에 대한 인류의 꿈을 이루어 드리고자 합니다.

이후 핵심 문안을 추출해 '소년의 아름다움을 노년까지'라는 사명(Mission)을 간략하게 정의했고, 영문으로는 Life Beyond Youth로 번역했다. 지금 내 필명인 라비유도 Life Beyond Youth의 앞자를 따서 만든 것이기도 하다.


어쩌다 사장인 나는 가업의 기업화를 위한,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보고 우리 브랜드의 사명문을 작성해보았고, 지금까지 조금씩 진화와 수정을 거듭해 최종적으로 '소년의 아름다움을 노년까지'라는 핵심 사명 아래 고객, 사회, 소미노인으로서의 미션을 각각 가지고 있다.


고객을 위한 미션

우리는 좋은 원료와 마음 그리고 고유의 기술로 최상의 식품을 만들어 한 분의 고객, 하나의 가정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것에 기여한다.


사회를 위한 미션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고, 인류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여한다.


소미노인으로서 미션

우리는 최상의 식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미노인으로서 자신을 존중하고, 함께 일하는 직원을 배려하면서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한다.




비전체계 만들기

그 두 번째, 우리 브랜드의 목적과 목표 만들기


목적과 목표는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다. 가장 큰 차이는 달성 이후 영속의 여부다. 목적은 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할 대상이라면, 목표는 목적의 달성을 위한 수단에 가깝고 목표는 달성 이후 더 높은 또는 또 다른 목표를 지속적으로 세우며 나아가야 한다.


목적을 작성하는 Tip은 경영상의 실현하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적어보는 것이며, 사명문 작성할 때와 달리 감성적 감동보다는 이성적 이해가 우선한다. 반대로 목표를 작성하는 Tip은 목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 수단(How)을 의미하며, 달성 이후 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재정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우리 브랜드를 예로 들면 목적과 목표는 아래와 같았다.


목적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명품 식품 브랜드

임직원의 꿈과 성장을 실현하는 직장

Agribusiness(농업부터 식품가공, 문화체험까지 일원화된 사업구조)의 실현


목표

2017 OO부문 점유율 1위 달성

2017 사옥 매입을 통한 이전 (주소지, 가액 등)

2017 OO 인증

2018 수출 OO만불 달성

2020 연 매출 OO 억 원 달성


위와 같이 사명으로부터 시작해 목적과 목표의 형태를 갖추는 것이 바로 기업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며, 개인적으로 3~4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우리만의 문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비전체계의 적용


이렇게 비전 체계를 만들고 나서야 할 수 있는 것 또는 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여러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제품 전략부터 서비스 전략, 마케팅 전략, 고객 관계 전략, 고객 경험 전략 등 너무나도 많은 전략이 존재하지만 그 뿌리가 단단하면 아래 질문들에 대한 답을 통해 하나하나씩 찾아나갈 수 있다.


1.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제품 또는 서비스는 무엇인가.

2. 우리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꼭 필요로 하는 고객은 누구인가.

3. 고객들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기대하는 가치와 필요는 무엇인가.

4. 우리는 그 기대 가치를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5. 우리 조직의 강점은 무엇인가.

6. 최종 제품과 서비스를 어디에 먼저 알릴 것인가.

7. 위 과정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직무 포트폴리오가 필요한가.

8. 해당 직무 포트폴리오의 구축을 위해 우리는 어떤 직원을 뽑을 것인가.


간단히 적어보았지만, 지금도 경영 관련 또는 마케팅 관련 세미나를 가보면 위와 같은 질문은 모두 무시하고 '지금 잘 팔리는 상품은 무엇인가', '지금 잘 나가는 브랜드는 무엇을 팔고 있는가', '지금 잘 나가는 브랜드는 어떤 인재를 채용하고 있는가'와 같은 누구나가 알 수 있는 일반적 사실들을 시장의 진리인 것처럼 전파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명, 목적, 목표 작성 Tip은 정답이 아니라 내가 피터 드러커를 공부하며 실천을 하는 가운데 스스로 정리하고 정의한 것이다.  비전 체계를 세우는 일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이고 그 중요함을 구글의 벤치마킹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왜 구글이 그렇게 했는지,,' '왜 애플이 그렇게 했는지,,' '왜 배달의 민족이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게 정답인 것 마냥 믿고 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구글에 벤치마킹 연수를 오면 당장의 질문이 없다. 그러나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들은 각자의 사업장에 구글 사무실에서 본 근사한 휴게 공간과 사내 레스토랑을 마련한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구글과 같은 창의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불만 섞인 메일을 보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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