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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Jun 23. 2022

혼란은 언제 끝나려나?


소리를 지르고 발바닥을 살펴봤다. 작은 레고 블록을  밟았다. 이주가 넘도록 매일 아침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발바닥의 안녕을 살피고 있다. 아들의 놀이방에서 뒹굴고 있던 블록이 거실에 나와있다. 매번 정리와 청소가 힘들어서 아들방으로 쓰레기 모으듯 모든 블록을 긁어모아서 옮겨 놓았었다. 나의 노력을 비웃듯 아들은 자기 방을 놀이방으로 부르는데도 불구하고 본인 방에서  놀지 않는다.

     

본래의 용도를 무시하고 늘 거실에서 놀이를 시작한다.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아들은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동작을 취한다. 고개는 45도 옆으로 기울이고, 눈은 최대한 불쌍하게 입은 삐쭉 내민 채 말이다.    

 

“엄마, 나는 거실에서 노는 게 제일 재미있어. 난 거실에서 놀면 안 되는 거야.”     


재미있다는데 차마 반대는 하지 못하고 정리를 잘하는 조건으로 거실에서 노는 것을 허락했다. 아들에게 있어서 조건은 그냥 조건이라는 단어로 존재할 뿐이다. 정리는 ‘다음에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유치원에 다녀오면  재미있게 블록을 하기에 블록을 내가 알아서  피해 다니고 있는 중이다. 자기 전까지 만들던 블록이 자주 잘못된 장소로 튕겨나가 새벽에 밟는 참사가 매일같이 벌어지는 거다.

  

질서를 깨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질서 속에서 아이는 참 즐거워한다. 내 속은 가끔씩 시커멓게 타지만...... 색깔별로 블록을 다 정리해 놓았을 때는 정해진 색처럼 같은 것만 만들었다. 지금은 온갖 색들이 섞인 것처럼 다양한 것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혼란 속에서 창조가 이루어지는 건가. 뭐, 즐거워하니 다행이기는 하다. 블록에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아들 혼자서 뭔가를 만드는 시간이 곧 나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이기에 요즘은 아들이 블록을 한다고 하면 즐겁기까지 하다.     

  

어제는 일찍 퇴근한 남편과 뭐라고 설명은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어떤 장치를 만들었다. 오랜만에 아빠랑 몰입해서 만들어서 인지 그렇게 좋아하는 옥토넛을 보는 것도 거절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은데 말이다.     


아침에는 어제 함께 읽던 그림책을 보고 만들기를 하자고 제안하니 아들은 망설였다. 블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조금 늦게 자더라도 만들기도 하고 블록을 하자고 하니 그제야 알겠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요즘 아이 머릿속에는 블록만 있는  같다. 혹시 엄마보다 블록이  좋은 것은 아니겠지?   

   

거실 바닥 위의 대혼란을 바라보면 글을 쓰려니 청소 욕구가 올라온다. 나도 아들처럼 ‘다음에’을 외쳐본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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