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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Jun 24. 2022

상어가 되고 싶다.

“아, 언니 어떡해. 나 이빨이 아파.”

“많이?”

“몇백이 깨질지도 모를 고통이야.”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커피 한 잔 하고 있으려니 여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웬만한 일에 멘털이 흔들리 않는 동생인데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 끼여있다. 동생과 나는 치과를 정말 싫어한다. 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을 거다. 동생은 잇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으로 신경치료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미 자가진단으로 다가올 고통도 예습하는 중이다.


몇 달 전에 사랑니를 뽑고, 사랑니 앞에 있는 이에 기둥을 박고, 입안에 대공사를 치른 나로서는 그 고통을 알기에 늦기 전에 얼른 치과에 가란 말만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요즘 부러워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최근에 부러운 존재가 생겼는데 그게 누군지 아니?”

“누구?”

“상어.”     


동생은 내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믿으려 하지 않았다.

난 조용히 읊어 주었다.     


“우리 상어의 이빨은 굉장해! 밑에서 끝없이 솟아 나오거든. 헌 이빨이 빠지면, 새 이빨이 나오고, 헌 이빨이 빠지면, 또 새 이빨이 나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새 이빨이 나오기도 하지. 우리 백상아리는 평생 3천 개의 이빨을 사용한단다.”      

자연이 성큼<내가 가장 무서울걸> p.19

자연 관찰책의 상어 편에서 너무 부러운 나머지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페이지를 읽었다.      


“아놔, 언니. 내가 살아생전에 상어가 부럽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런데 듣고 보니 부러워지기는 하네.”     


동생이 몇 시간 후면 경험할 고통을 함께 느끼며 전화를 끊었다. 상어. 에스컬레이터식 이빨의 소유자. 정말 부럽다. 동생과 통화하면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며칠 전 딱딱한 것을 씹었더니 이빨이 시큰거린다. 우선 씹을 때만 느낌이 있어서 참고 있는데 나 역시 치과에 가야 한다. 아, 치과가기는 내가 미루고 또 미루고 싶은 숙제이다. 정말 하기 싫은 숙제. 하지 않으면 더 참혹한 결과를 내는 그런  숙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발명가 분들....... 인간을 위한 에스컬레이터식 이빨을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000 치과입니다. 000님의 예약은 6월 24일 2시 30분입니다. 방문 때 뵙겠습니다.”     


잊고 싶은 문자가 도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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